日기업 105곳 韓 엑소더스 … 對日 수출 매년 7%씩 급감
매경·한국경제연구원 분석
징용 판결후 한일관계 급랭
노재팬 확산에 매출 급감
닛산·올림푸스등 日기업 짐싸
경색된 외교관계 해법 못찾아
한일 모두 경제적 '패자'로
2020년 5월 도요타, 혼다와 함께 일본차 3인방이었던 닛산자동차가 한국에서 전격 철수했다. 한국 진출 16년 만이었다.
알티마, 인피니티 등 주력 모델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했지만 일본차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2016년 닛산 5733대, 인피니티 3201대를 팔았던 회사는 2020년 각각 1865대, 578대까지 쪼그라든 판매량에 결국 한국 장사를 접었다.
이듬해인 2021년 1월에는 서울 명동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이 10년 만에 문을 닫았다. 2011년 개장 당시만 해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유니클로 매장이었다. 4층짜리 건물로 유니클로의 한국 내 플래그십스토어였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뭇매'를 버티지 못했다.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보복 조치로 일본이 한국에 수출 규제를 가하면서 불붙은 한국 내 '노재팬' 운동으로 치명상을 입은 데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결국 짐을 싼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235개였다. 한일관계가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한 2019년 189개로 줄더니 코로나19까지 덮친 2020년에는 133개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130개로 4년 만에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한국에 진출한 신규 법인은 줄어들고 철수한 기업은 늘어난 것이다. 특히 2019년을 기점으로 2021년까지 3년 평균 156개인 한국 내 일본 기업 수는 이전 3년(2016~2018년)과 비교하면 82개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은 30개 줄고, 유럽연합(EU) 기업은 11개 감소한 것과 비교해도 일본 기업의 '엑소더스'는 두드러졌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조사팀장은 "일본 기업 숫자가 급감했는데 같은 기간 미국, 중국, EU 기업 등과 비교해도 경색된 한일관계의 영향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0년과 2021년 일본 기업 철수는 러시를 이뤘다. 가뜩이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고전하던 올림푸스는 불매운동까지 덮치자 한국 진출 20년 만에 한국 내 카메라 사업에서 손을 뗐다. 2002년 한국에 진출했던 화장품 기업 DHC는 요시다 요시아키 회장의 혐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한국 소비자들의 집중 타깃이 됐고 결국 2021년 9월 한국에서 철수했다.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던 2019~2021년 양국 간 교역과 투자가 급감하면서 한국과 일본 모두 '득'보다 '실'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일본 수출 증가율은 2019년(-7.92%), 2020년(-7.56%), 2021년(-7.27%) 모두 악화됐다. 앞선 2010~2018년 평균 수출 증가율(1.01%)을 과거 추세로 가정하고 2019~2021년 한국의 세계 수출 증감률도 빼면서 코로나19 영향을 제외했다. 산업 연관 분석을 통해 대일 수출 감소의 국내 경제 파급효과를 추정한 결과 사라진 생산유발효과만 13조5204억원으로 조사됐다. 같은 방식으로 일본의 한국 제조업 직접투자액 감소에 따른 생산유발효과 감소액은 6조8100억원으로 추산됐다.
양국 관계의 악화는 일본에도 마이너스다. 수출규제 부메랑을 맞아 일본 소재부품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국 교역 규모는 2016~2018년 2373억달러에서 양국 관계가 악화된 2019~2021년 2313억달러로 2.5% 감소했다. 중국(8.1%), EU(5.6%), 미국(-0.4%) 등 주요 교역 국가보다 감소 폭이 컸다. 한국의 일본 제조업 투자 역시 같은 기간 42.9% 감소했다. 한일관계 악화로 한국도 일본도 모두 경제적으로는 '패자'가 된 것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한국국제정치학회장)는 "외교안보적으로 한일관계 악화는 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아시아에서 대표적 고성장 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상호 의존도를 높여가는 게 한일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현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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