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근로시간 단축 … 기업 옥죄는 '친노동 드라이브'
불법파업 손배청구 제한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속도
5인미만 사업장 노동법 확대
동일노동 동일임금도 명문화
재계, 파업조장 정책 강행에
"1년내내 노사협상만 하란 말"
"획일적 규제, 생산성에 발목"
◆ 국정운영 5개년 계획 ◆

이재명 정부가 '친노동'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 5개년 국정과제를 설계한 국정기획위원회가 노란봉투법,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등 노동계 숙원을 비롯해 '동일 가치 노동·동일 임금' 명문화, 실노동시간 단축 등의 정책을 국민보고에 다수 담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3일 국정위는 국민보고대회에서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주요 노동 정책을 발표했다. 우선 국정위는 "노조법 2·3조를 개정한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는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으로, 노동계의 숙원으로 꼽혀왔다. 지난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후 본회의 통과만 앞두고 있다. 국정위의 이 같은 선언은 노란봉투법의 빠른 국회 통과와 시행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정위는 5인 미만 사업장 등에 노동관계법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겠다고도 밝혔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노동관계법의 일부인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근로시간, 수당, 모성보호 관련 조항 등 핵심적인 고용 제도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정부는 우선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모성보호 등 비교적 도입이 쉬운 제도부터 순차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국정위는 "동일 가치 노동·동일 임금도 명문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과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같은 사업장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 고용 형태, 성별, 경력에 관계없이 유사한 처우를 보장받아야 한다'와 같은 원칙을 근로기준법에 명시하는 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국정위는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범부처 로드맵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던 '주4.5일제'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주48시간제 실현을 위해 법정근로시간을 36시간으로 4시간 줄이거나, 연장근로 허용 시간을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을 국정위에 보고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 12시간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계는 특히 노란봉투법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법 개정, 법인세 증세 등의 정책이 기업 경영에 심각하게 부정적 영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책임을 확대해 원청과 하도급 근로자 간 교섭이 가능하도록 하고, 파업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과도하게 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하도급 근로자 단체와 1년 내내 협상만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터져나오고 있다. 노조의 쟁의행위가 불법적으로 이뤄져도 손배소를 청구할 수 없어 산업 현장이 지속적으로 혼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불법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손해배상청구권이었다"며 "사측도 방어할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앞으로는 불법 파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2일 국회의원 298명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 법안 추진을 중단해줄 것을 호소했다. 손 회장은 서한에서 "이번 개정안은 원청 기업을 하도급 기업 노사관계의 당사자로 끌어들이고, 기업의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자동차·조선·건설 등 다단계 협업체계가 일반적인 국내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계는 '동일 노동·동일 임금' 논의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직무·성과·경력 차이를 반영한 임금체계 설계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획일적인 임금 규제는 임금 유연성을 떨어뜨려 생산성과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제조·서비스업 등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업종은 단기적으로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용부가 검토 중인 노동시간 단축 역시 기업 현장에서 우려가 크다.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인력난과 생산 차질을 호소해온 제조 업계는 "추가 단축은 사실상 교대제 확대나 인력 증원으로 이어져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강인선 기자 / 안두원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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