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앵그리 앵커' 결국 심의까지…윽박 진행 논쟁 붙어

윤유경 기자 2023. 1. 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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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들 "시청자들 불편하게 해", "하나의 스타일로 받아들여도" 의견 나뉘어…행정지도 권고 의결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호통을 치며 뉴스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 사이에서 '앵그리 앵커'라는 별명까지 붙으며 화제가 된 MBN '뉴스파이터' 김명준 앵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대상에 올랐다. 뉴스 진행자가 윽박을 지르며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중 '품위유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원인이 지적한 MBN 뉴스파이터 2022년 11월1일 방송분에서 김명준 앵커는 이태원 참사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긴급 브리핑 발언을 언급하며 호통을 쳤다. 김명준 앵커는 “대체 뭐가 그렇다면 이 참사에 대해서, 156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이 참사에 대해서 누가 책임을 지라는 겁니까. 누가 책임이 있다는 겁니까?”라고 고함을 질렀다. 이어 이 장관의 사과문에 대해 “왜 이렇게 솔직하지 못해요. 말을 빙빙 돌립니까. 이거 해석할 사람은 하고 말 사람은 말라는 거예요?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하게 저런 입장문조차 빙빙 돌려(생략)”라고 고성을 질렀다.

▲ 2022년 11월 1일 MBN 뉴스파이터 방송 화면 갈무리.

패널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과정에서는 “그래 하도 너희 언론들이 사과하라고 하니까 내가 대국민 사과는 할게. 이런 건 아니겠죠?”라고 말하며, 이 장관이 20분 제한 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 절반 이상을 답변하지 않은 것에 대해 “20분 제한 규정을 둬요? 이게 무슨 운동 스포츠입니까? 그리고 절반 이상 빼먹어요? 그 제한 규정 탓에?”라고 고성으로 발언했다. 적용조항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유지) 제1호로, 해당 조항은 '방송은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과도한 고성·고함 등의 표현을 하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 뉴스와는 다른 김명준 앵커의 뉴스 진행방식은 이전부터 화제가 되어왔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앵그리 앵커'라는 별명이 붙었고, 최근 쿠팡플레이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 시즌3에서도 김명준 앵커를 패러디했다.

▲ SNL코리아3 유튜브 화면 갈무리.

대다수 시청자들은 새로운 진행 방식에 '속이 뚫린다',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너무 감정적이고 편향적'이라는 우려도 있다. 시청자 A씨는 “패널들이 뭘 잘못했나 싶을 정도로 호통치듯 말해서 보고있으면 재밌다”며 “좋은 쪽으로 웃기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B씨는 “평소 엄마는 김명준 앵커가 유쾌하고 시청자 마음을 대변해준다면서 항상 김 앵커 뉴스만 본다”면서도 “나는 너무 시끄럽고 편파적이어서 채널을 돌리라고 한다”고 말했다.

3일 진행된 방송심의소위원회에 참석한 심의위원들의 의견도 나뉘었다. 이날 정민영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한시간 반 내내 이런식으로 진행을 하는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처럼 활용하는 면도 있는 것 같다”며 “보기에 따라서 불편할 수도 있지만, 하나의 스타일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 품위유지 위반이라고 제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도 “진행자가 부적절하다고 비난할 수도 있고, 시청자가 얼마든지 의견을 낼 수도 있다”며 “그것은 방송사가 수렴해서 반영할 사안이지, 방심위가 제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반면, 과도한 진행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을 불편하게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우석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김명준 앵커가) 원래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틀림없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에도 도움이 안될 것 같다”며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데, 개인의 스타일이 변한건지 다른 이유가 있는건지 궁금해서 의견을 들어보고싶다”고 했다.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도 “방송은 보편적 국민들로부터 인정받는 최소한의 원칙을 지켜아 하고, 그 기준에 문제가 있다면 방심위가 지적해야한다”고 했다.

이광복 소위원장(국회의장 추천)은 “결국은 이 사안 자체가 시청자들이 분노할 만한 사안이라는 것을 대신 보여준다는 측면을 노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이 앵커가 최근에 와서 그런 사례가 많은 걸 보면서, '너무 오래 진행하니까 자신감이 너무 넘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개인적으로 누군가 제동을 걸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사안은 심의위원 5인 중 3인이 행정지도 '권고', 정민영·윤성옥 위원이 '문제없음' 의견을 내 '권고'로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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