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고속성장 멈춘 카카오…홍은택 대표가 처음 던진 ‘메시지’는?
사고의 개선 과정 투명하게 공개
관심사 기반 오픈채팅 등 신규사업 내년까지 로드맵 있어
역성장 대책은 톡채널, 내년에 30만개까지 확대
쪼개기 상장 논란은 투자자와 논의, 피해 보상은 진심으로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각자대표를 함께 맡았던 남궁훈 대표의 사임으로 투자자들 우려가 있는 걸로 압니다. 하지만, 관심사 기반 비(非)지인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영역을 확장하려는 전략의 방향성은 변함 없습니다.”
3일 오전 9시, 카카오의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 다소 긴장한 듯한 낯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난 달 남궁훈 각자대표가 ‘서비스 먹통’사태를 책임지고 사의를 표한 뒤 카카오호의 단독 선장이 된 홍은택 대표였다. 단독대표가 된 뒤 처음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자리였다.
지난달 15일 발생한 화재로인한 서비스 먹통 사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좀먹고 있다. 홍 대표가 가장 먼저 꺼낸 말 역시 ‘재발 방지대책’이었다. 이는 카카오가 맞닥뜨린 현실이자, 넘어야 할 산이다.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화재와 관련해 3개 소위원회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보상책 마련을 추진 중이다. 그는 “보상 소위를 통해 이번 장애로 피해를 경험한 이용자들, 파트너들을 포함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카카오는 사고 관련 기술적 상황과 개선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IT 업계의 기술발전에도 기여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힘줘 말했다.
관심사 기반 오픈채팅 등 신규사업 내년까지 로드맵 있어
미래 사업 쪽은 어떨까. 게임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남궁 대표가 이끌었던 ‘관심사 기반 오픈채팅’이나 역할수행게임(RPG)에서 차용한 메타버스(롤플레잉채팅)같은 신사업을 차질 없이 할 수 있을까. 그는 ‘리더십이 바뀌더라도 카카오의 전략은 변함 없다’는 메시지를 거듭해서 밝혔다. 홍 대표는 “제가 대표이사를 맡기 전, CAC센터장일 때부터 남궁 대표와 카카오톡 비전에 대해 활발하게 협의해왔다”면서 “현재 내년까지의 서비스 변화에 대한 로드맵은 수립돼 있다. 세부 내용은 실행 과정에서 변할 수 있으나, 카카오톡의 성장 전략은 큰 틀의 변화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방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당장의 성장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날 발표한 카카오의 3분기 실적은 ‘어닝쇼크’ 수준이었다. 영업이익(1503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나 감소했다. 삼 분기만의 역성장이다. 카카오는 그간 두자릿 대 성장률을 달성해왔다.
홍 대표가 내세운 건 ‘톡채널’의 확대다. 경기가 둔화하면 대형 광고주일수록 광고 예산을 축소한다. 광고 예산이 아닌, 마케팅 예산을 가져와야 한다. ‘톡채널’은 파트너들이 고객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연속성 있는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카카오는 톡채널을 중소형 광고주로 확대하기 위해 간편가입 서비스인 ‘카카오싱크’ 도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현재 1%의 광고주가 70% 매출을 견인하는 구조인데,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톡으로 대화를 나누듯 비즈니스 하는 분들이 톡채널 통해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적 목표”라고 했다. 이어 “내년에 1000명 이상의 친구 수를 가진 톡채널을 30만개(현재는 5만7000개)까지 늘리고, 이후 50만개까지 확보한다면 경기둔화나 비수기 영향을 방어하면서 견조한 매출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쪼개기 상장 논란은 투자자들과 논의, 피해 보상은 진심으로
공룡 카카오 논란에도 스타트업 투자는 이어가지만, 사회적 책임을 더 깊이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거버넌스총괄(부사장)은 “전체 계열사(134개) 중 30인 미만 소규모 회사가 80%이고, 이들 대부분은 웹툰이나 웹소설 스튜디오 등 글로벌 지식재산권(IP) 제작사”라면서도 “카카오는 초창기부터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식을 통해 상생하고 있다. 앞으로도 사회적 책임과 위상에 맞게 기여도를 높일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위 쪼개기 상장 논란과 관련해선 카카오 전체의 지배구조 관점에서 바라볼 예정이다. 주주를 보호하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계열사의 기존 주주는 물론 투자자들과 논의한다는 얘기다.
피해 보상에 대해서는 마음을 다하겠다고 했다. 현재 알려진 보상액은 400억 원 수준이다. 접수되는 피해 건수에 따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홍은택 대표는 “서비스는 복구됐지만, 이용자들 신뢰 복구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상정책과 대응이 카카오에 실망한 이용자들에게 카카오를 더 신뢰하고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서비스가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정유 (thec9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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