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 합법화" 비난에도 미혼모 돌봤다..가톨릭도 인정한 무슬림
‘모로코의 마더 테레사’로 알려진 여성인권 운동가 아이차 찬나가 81세를 일기로 24일(현지시간) 카사블랑카의 병원에서 숨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 보도했다. 스스로 “세속적으로 생각하는 무슬림”이라고 말하던 그는 미혼모와 학대받는 여성을 위해 헌신한 운동가로, 2009년 가톨릭계와 연계한 오푸스상을 받았을 때 가톨릭에서 상을 받은 최초의 무슬림 교도로 주목받았다. 100만 달러(약 14억3800만원) 상당의 상금도 함께 받았다.
찬나는 세 살 때 아버지가 결핵으로 숨진 뒤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어머니는 재혼했다가 이혼 후 그의 학비를 대려고 갖고 있던 보석까지 팔았다고 한다. 찬나는 병원에서 결핵 연구 프로젝트 조수로 일하다가 60년 간호사 자격증을 딴 뒤 사회복지사가 돼 모로코 복지부에서 근무했다. 그가 미혼모에 관심을 가진 건 이때였다. 모유 수유를 하다 사회복지사에게 아이를 보내던 ‘어린 소녀’를 수십 년 후에도 잊지 못한다던 그는 “아기는 울었고 엄마는 절망적이었다”며 “뭔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뭘 할 수 있을지 몰랐다”고 했다.
모로코에선 당시만 해도 미혼모는 사실과 상관없이 매춘부 취급을 받았고 미혼모가 병원에서 출산할 경우 의료진이 경찰에 신고해야 했다. 미혼모들은 출산 후 아이를 버리거나 파는 일도 다반사였다. 미혼모 중에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7~8살에 보모로 팔려간 이들도 많았다. 찬나는 2009년 인터뷰에서 “그들은 읽거나 쓸 수 없고 성교육도 받지 못했다. 보통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심지어 강간당한다”며 “임신하면 사회에서 또 거부당한다. 이를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혼모 수천 명 ‘홀로서기’ 도와
그는 85년 가톨릭 수녀들과 유대인 봉사자들과 함께 여성지원단체 ASF를 설립했다. 목숨 걸고 불법 낙태를 할 뻔한 미혼모 수천 명이 덕분에 무사히 출산했다. 이들은 특히 보육, 상담이나 회계 등 직업훈련을 통해 미혼모들이 아이를 시설에 보내지 않고 직접 키울 수 있도록 도왔다. 출생신고가 안 돼 존재 자체가 ‘불법’이었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법적 지원에도 나섰다. 찬나는 “(무조건적인) 기부는 하고 싶지 않았다”며 “가혹하더라도 그들의 삶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로코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매춘을 조장한다”, “범죄를 합법화한다”며 비난했다. 찬나는 “어떻게 하면 비난을 사지 않고 여성들을 도울 수 있을지 수위를 조절해야 했다”면서 “칼날 위를 걷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로코 국왕 모하메드 6세를 포함해 그를 지지하는 이들은 더 많아졌다. 모하메드 6세는 26일 국영통신 MAP를 통해 “모로코의 인권 수호와 연대에 앞장선 선구자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그의 활동이 항상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다. 찬나 역시 “놀라운 성공도 있었지만, 실패도 너무나 많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성공의 경험은 그가 봉사를 계속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찬나는 몇 년 전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회의에서 한 여성을 만났다. 오래전 아이를 낳도록 도왔던 미혼모였다. 자신을 ‘라치다’라고 소개한 그는 찬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혹시 저를 기억하세요? 제 딸은 선생님을 ‘생명의 은인’으로 알고 있어요.”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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