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수소 사업 패권 경쟁..中 수소차 100만대, 日·호주 손잡아
국내 기업들이 ‘적과의 동침’도 아랑곳 않고 수소 사업 확장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수소 경제를 비롯한 친환경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조만간 닥칠 탄소중립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다.
현재 산업 초기 단계인 수소 경제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주요국들은 발 빠르게 움직인다. 수소 관련 기술을 보유한 미국·일본·독일·중국을 중심으로 치열한 ‘수소 경쟁(H2 Race)’을 벌이는 중이다. 이들 국가의 최종 목표는 하나다. 자원과 기술력을 확보해 경제성을 갖춘 수소를 대량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수소 경제 밸류체인은 크게 보면 생산, 저장, 운송, 활용으로 나뉜다. 생산 방식에 따라 그레이, 블루, 그린수소로 구분된다. 이 중 친환경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것은 블루, 그린수소다. 블루수소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공급해 물을 수소, 산소로 전기분해하는데 이때 생산한 수소는 그린수소로 불린다.
세계 각국은 우선 수소 자원 확보에 심혈을 기울인다. 일본과 중국은 그레이수소를 활용한다. 그레이수소란 천연가스, 갈탄, 석탄을 구성하는 탄화수소 구조를 변화시켜 얻는 수소를 뜻한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다만 채취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완전 청정에너지’라 보기는 어렵다.
일본은 호주와 손을 잡았다. 호주에서 갈탄을 채굴한 뒤 수소를 추출한다. 이후 추출한 수소를 액화해 수소 운반선을 통해 자국에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수소 굴기’를 천명한 중국은 자국의 풍부한 석탄 자원을 사용한다. 석탄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수소차 중심의 수소 인프라를 구축했다. 철저히 내수 기반 수소 생태계를 만들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 보급, 충전소 100기 설치를 공언했다. 반면 미국과 독일은 그린수소 확보에 사활을 건다. 그린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수소 전략’을 발표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 시스템을 수소 중심으로 통합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현재 1GW 수준인 수소 발전 설비를 2024년 6GW, 2030년 40GW까지 늘리기로 했다.
세계 각국의 수소 기술 경쟁도 거세다. 국가마다 수소 관련 특허·지식재산권을 잇따라 내놓으며 혈투를 펼친다.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이다. 특허청이 올해 9월 발간한 ‘수소 경제와 지식재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수소 관련 모든 기술 분야에서 특허 영향도와 특허 집중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영향도는 다른 특허 대비 피인용된 횟수를 말한다. 피인용이 많이 됐다는 뜻은 다른 특허에도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술이라는 의미다. 특허 집중도는 특허 출원 건수를 측정한 지표다. 연구개발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 측정할 때 쓰인다. 즉 미국은 수소 관련 핵심 기술이 많고 연구도 활발한 국가라는 뜻이다. 미국 다음으로는 일본, 한국이 뒤를 이었다.
세계 각국이 수소 패권 경쟁에 뛰어든 것은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밝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수소 경제 규모는 2조5000억달러(약 22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5% 미만인 수소에너지 소비 비중이 2025년 25%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에너지 시장조사 업체 블룸버그NEF 전망도 눈길을 끈다.
[김경민 기자,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7호 (2021.09.29~2021.10.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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