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청소했더니 억대 수입..유튜브·틱톡 타고 온 '청소붐'
곰팡이 제거 등 세세한 노하우·경험담 공유
"코로나 불안 극복하려는 통제 욕구 반영"
더러운 접시가 쌓인 개수대 앞. 한 여성이 설거지를 시작한다. 거품 낸 수세미로 음식 찌꺼기를 닦아내고, 물로 말끔히 헹군다. 이어 마른 수건으로 닦아 찬장에 차곡차곡 쌓아 넣는다.
최근 인기 유튜브 채널 '디스 크레이지 라이프' 에 올라온 영상의 한 장면이다. 누가 볼까 싶지만 주방, 거실, 욕실 청소 과정을 담은 40~50분 분량의 영상의 평균 조회 수는 100만회를 넘어간다.
이혼 뒤 찾아온 우울증을 청소로 극복했다는 제시카 툴의 유튜브 구독자는 50만명에 달한다. 억대 수입을 올린다는 그는 "청소는 내 전문 직업"이라며 "이혼한 남편은 집안일 하는 나를 비웃었지만 이제 누구도 하찮은 일이라 부르지 못할 것" 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장기화에 미국에서 때아닌 청소 붐이 일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유튜브와 틱톡 등 영상 공유 플랫폼을 중심으로 '클린 위드 미'라는 제목의 청소 관련 영상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만 2배 이상 늘었다. 또 틱톡에서 조회 수는 76억 회에 달한다.
사람들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이 지저분했던 공간이 깨끗하게 변해가는 모습에 열광했다. 그리고 점차 그 과정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미시간주 옥스퍼드에 사는 20대 주부 베키 모스도 그중 한 명이다. 모스는 지난해 5월 집 안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를 찍은 영상을 올렸다가 인기 유튜버가 됐다. 사람들은 집 곳곳에 쌓인 먼지의 양에 놀라고, 깨끗하게 제거되는 장면에 쾌감을 느꼈다. "역겨운 장면을 왜 찍느냐"던 남편은 이제 영상에도 종종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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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때까지 벗긴다…전문화하는 영상
청소 영상 인기가 늘면서 각종 전문 기술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른바 '딥 클린',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까지 찾아내 닦겠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세탁기·식기세척기 등 보이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곰팡이, 묵은 때를 벗기는 데 주력한다. 베이킹소다와 레몬즙을 이용해 천연 세제를 만들고, 이쑤시개를 이용해 틈새 때 빼내는 등 자신만의 방법도 소개한다. 그 과정을 찍어 공유하는데 조회 수가 390만에 이를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틱톡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한 청소 용품 전문 업체는 "제품을 이용해 청소하는 영상을 올린 뒤 매출이 급증했다"면서 "배수구에서 머리카락 뭉치를 빼는 법 등 세세한 청소 노하우를 알려주는 영상이 특히 인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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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불러온 불안…청소로 극복"
갑자기 사람들이 청소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뭘까. 우선 재택근무, 비대면 수업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게 첫 손에 꼽힌다. 여기에 감염병 사태로 위생관념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심리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집단적인 불안 심리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심리학자 엘리시아 클라크는 "불안을 관리하는 방법의 하나가 통제 가능한 일을 찾는 것"이라면서 "팬더믹처럼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청소는 가장 손쉽게 주변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실제 모스의 청소 영상을 그대로 따라 해봤다는 30대 여성 밋켈 크리드는 "설명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면서 "단순하고, 깔끔하고 정돈된 삶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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