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편, 집필진 공개 안하나..'딜레마'에 난감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한국사 국정교과서 구분고시를 앞두고 집필진 구성을 고심 중인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집필진 공개 여부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한국사 국정교과서 행정예고가 다음달 2일 끝나면 국편은 집필진 구성부터 제작에 돌입한다. 행정예고 종료 9일을 앞두고 국정교과서 제작을 맡은 국편은 당초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이를 번복하며 집필진 구성에 대해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23일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집필진이) 선정이 됐더라도 (집필진) 신상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집필진이 구성되면 그 분들의 의견을 물어서 결정할 것"이라며 "집필하는 분들 입장에선 (신원 공개에 따른)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말해 집필진 명단 공개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내년 11월쯤 교과서 집필이 완료되면 집필진이 자연스럽게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필진 구성은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교과서를 집필하는 학자나 교사들의 성향에 따라 내용이나 역사적 사실의 비중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교과서 집필기준(국정의 경우 내용준거안 또는 집필상의 유의점)이 있지만 내용의 방향성 등 교과서 내용에 큰 틀만 제시하기 때문에 집필진의 생각은 교과서 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편은 그동안 집필진이 구성되면 명단을 공개한다는 기본 원칙을 밝혀왔다. 교과서를 제작하면 집필진 이름이 교과서에 실리기 때문에 이를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은 국정교과서 집필이 완료되는 내년 11월에나 명단이 공개될 것이라 말해 기존 원칙을 번복한 것이 됐다.
이같은 집필진 공개를 두고 국편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공개할수도, 공개하지 않을수도 없는 '딜레마'가 있기 때문이다.
집필진이 공개되면 이념 논란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 집필진 개개인의 과거 학술 활동이 구체적으로 언급되며 이에 대한 이념 편향성 지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국편이 접촉한 역사학자의 명단과 이들의 정치·역사적 편향성이 언급되고 있다.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가 이념적 균형성을 갖추기 위해 집필진을 다양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를 지키지 않으면 밀실집필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3년 교학사 교과서 이념편향 논란이 불거졌을 때 검정교과서를 심사했던 수정심의위원회 명단 공개를 피한 적이 있다.
당시 서남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고교 한국사교과서 8종 출판사에 대해 최종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막기 위해 위원회 명단은 학교에서 채택을 마치는 즉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후 수개월간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다.
명단은 역사교과서 집필진들과의 소송에서 재판부의 명령에 따라 제출됐지만 이마저도 교육부가 "외부에 유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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