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쓸 곳 넘치는 LH, 빚만 117조···결국 고금리 조달 '고육책'
LH, 매입임대주택 확대 등 선봉
영구채로 '자본 확충' 급한불 꺼
대위변제 탓 HUG도 재무 비상
HF까지 국내외 현금확보 속도전
공사채 봇물···채권시장 흔들 수도
공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는 것은 정책금융 등 주택 정책 확대로 인한 자금 지출로 자본금 확충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공공기관은 한국가스공사(2021년)와 한국지역난방공사(2023년) 등 두 곳에 그친다.
시장에서는 LH와 HUG도 정책금융을 포함한 주택 정책 확대로 인해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자 신종자본증권 발행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본시장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꺾이며 본업인 정책 지원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며 “이제까지는 정부가 출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했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달해 각자 자구안 강구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이미 지난해 6월부터 LH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하고 부채비율 조정 등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LH가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 선봉에 있는 만큼 당장 재무관리에 고삐를 조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부동산 시장이 꺾이면서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자 정부는 지난달 8·8 부동산 대책을 통해 LH가 수도권 빌라를 ‘무제한’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LH도 내년까지 10만 가구 이상의 매입임대주택을 사들이기로 내부적인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하지만 LH의 재무 상태는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민간 주택 공급이 뚝 끊기면서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LH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지만 LH의 당기순익은 지난해 5000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2019년 2조 2000억 원가량이던 것을 감안하면 4년 만에 4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당장 3기 신도시 토지 보상과 매입임대주택 확대 등 대규모 현금 지출 요인도 산적해 있다. LH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위축되면서 주택 착공이 부족해 신규 택지 발굴, 신축 매입 등 자금 지출 요인이 많다”며 “또 매각 대금 회수가 늦어지고 건설 원가도 높아져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부채비율을 줄여 외부 차입 여력을 늘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는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LH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부채는 117조 원 수준으로 주택도시기금 대출 45조 원, 공사채 약 40조 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 대형 증권사의 자금 조달 담당 임원은 “(LH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기존 주택도시기금 대출 등 출자금 대환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도 “LH가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정부가 이를 매입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출자에만 기대던 HUG도 연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 확충에 나선다. HUG의 보증 사업은 자본금과 연계돼 있어 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 주택도시기금법은 HUG의 보증 배수(자기자본 대비 보증 금액 비율)가 90배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오에 따르면 HUG의 자본금은 지난해 말 2조 9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조 4921억 원 감소했다. 정부가 지난해 약 4000억 원, 올해 약 4조 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단행했지만 대위변제 증가 등으로 당기순익이 급감하면서 이 같은 감소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HUG가 지난해 악성 임대인을 대신해 임차인에게 갚아준 전세반환보증 대위변제액만도 4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추산액은 무려 7조 251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아울러 보금자리론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등 정책대출을 담당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도 지난해 처음으로 글로벌 시장을 찾아 외화 공사채를 발행한 후 올해도 두 차례에 걸쳐 10억 달러를 조달하는 등 현금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HF의 지난해 부채는 184조 4156억 원을 기록해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많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사채 발행 남발이 시장금리를 왜곡하고 정책 기관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재무 건전성이 높아 보이는 효과는 있지만 실제로는 부채인 만큼 재무 체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LH나 HF등 공공기관에서 공사채를 대거 쏟아낼 경우 채권시장에서 일반 회사채 투자 수요를 빨아들이는 ‘구축 효과’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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