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공시가 '총선 후폭풍'…尹 주도 부동산정책 제동 걸리나
윤석열 대통령 주도로 발표한 부동산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릴 위기다. 오는 5월 개원하는 22대 국회도 지난 21대처럼 ‘여소야대’ 지형이 펼쳐지면서다. 주요 정책 상당수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힌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대표적이다. 이는 부동산공시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부동산 핵심 정책인 데다 폐지 자체를 두고도 문제 제기가 있는 상황이어서 야당이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또 정부가 규제를 대거 완화하겠다고 한 재건축·재개발 정책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재건축을 막고자 만든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재초환법)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안전진단 의무화 등 부동산 3법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규제”라고 밝혔다. 이어 “재초환의 경우 완전히 없애거나 완화를 좀 더 시켜야 한다”며 “안전진단 완화 등을 담은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이 2월 국회에 제출돼 있는데 (개정안 통과가) 우리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재초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가로 규제 완화에 협조할지 미지수다. 앞서 2022년 1·3 부동산 대책 때도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 반대로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다 올해 총선 전에야 실거주 3년 유예로 결론이 났다. 이 때문에 ‘재건축 패스트트랙’이나 6년 단기 등록임대 부활 등을 담은 지난 1·10 부동산 대책도 국회 통과까지 진통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합부동산세 및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 공시가격 현실화 등 주요 정책에서 야당 주장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추구했던 부동산 규제·세제 완화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부진한 건설 경기가 변수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야당이 경기를 살리기 위한 법안까지 무조건 반대하기는 힘들 거란 전망도 적지 않아서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해 말 재초환법, 노후계획도시정비 특별법 등 주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현재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 대출 규제 등으로 매매 거래가 위축돼 있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예상도 많다. 정부가 지난 2년간 먼저 풀 수 있는 재건축 규제를 완화했지만 고금리, 공사비 급등에 올스톱되는 재건축 사업장이 나오는 등 시장이 활발하지 않은 게 그 예다.
정부가 지난 24차례 민생토론회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다양한 부동산·교통 정책을 발표했지만, 집값 흐름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지금 집값은 정치적 지형보다 고금리, 경기둔화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등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며 “정부가 임기 초반 규제 지역을 대부분 해제하고, 종부세·양도세 등도 법 개정 없이 시행령을 통해 어느 정도 정상화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야가 무엇보다 부동산 PF 연착륙을 유도하고, 주택 공급 대책에 합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작년과 올해 경기 침체로 인허가·착공이 급감해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큰 폭으로 감소한다”며“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주거 안정 불안은 여야가 따로 없는 사안인 만큼 정부의 공급 대책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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