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여명이 한꺼번에…" 세종에 `전입신고서` 무더기 접수? [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이미연 2023. 9. 2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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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이행강제금 폭탄' 앞둔 생활형 숙박시설 논란
지난 19일 국토교통부 앞에서 시위 후 세종시에 1253명의 전입신고서를 제출한 생활형 숙박시설 소유자들. 사진 전국레지던스연합회
생활형숙박시설 관계자들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8일 생숙 규제를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언급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 사진 연합뉴스
2016년 12월 29일 국토부 보도자료 일부. 출처 국토부

"2015년부터 국토교통부 문건에서도 레지던스를 주거시설로 홍보해 놓고, 이제와서 소유주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위탁숙박'을 하라고 하느냐."(생활형 숙박시설 소유주)

안녕하세요. 금융부동산부 이미연입니다. 저저번에 간만에 썼더니 "왜 이렇게 오랜만에 쓴거냐" "자꾸 안쓰면 (연재) 구독 해지하겠다"는 무서운 항의(...아니되십니다!!!ㅠ_ㅠ)를 해주신 분들이 출몰하셔서 이번엔 추석 명절을 앞두고 후다닥 잡았습니다.

이번 시간 주인공은 '시위에 나선 사람들'입니다. 아니 요즘같은 온라인 시대에 생업을 팽개치고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여야할 일이 있느냐-라고 물으신다면 네, 국토교통부 쪽에서는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선 생활형 숙박시설(Serviced Residence, 이하 생숙) 관련입니다. 그거 요새도 분양하던데 무슨 문제 있느냐-고 물으실 분들을 위한 배경 설명부터 가겠습니다.

2021년 '건축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오는 10월 14일부터 '생숙의 주거 사용'이 금지됩니다. 일명 '레지던스'라고도 불리는 이 숙박시설은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을 결합한 형태입니다.

애초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관광객이 급증하자 정부는 숙박시설 부족을 이유로 생숙을 도입했고, 장기투숙 수요가 늘자 일부 호텔 객실을 아파트형으로 개조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있습니다. 이후 공중위생관리법과 건축법에서 생활숙박업(2012년), 생활숙박시설(2013년)로 각각 등록되면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고 하네요. 덕분에 생숙은 임대업과 숙박업이 모두 허용됐고, 개별 등기와 전입신고도 가능해졌습니다.

이에 호텔업계가 반발에 나섰습니다. '소방법 등 숙박업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했는데 단기 임대로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는 불법영업'이라는 지적이었고, 대법원은 2010년 이를 '불법'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이후 인기가 시들...했다가 2018년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다시 번쩍이는 조명을 받았습니다. 주거가 가능함에도 건축법상 주택이 아니어서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도 피해가는데다가,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분양권 전매도 가능해 일명 '수익형 부동산'으로 떠오르게 된 겁니다.

물론 다시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번엔 법원이 아닌 국회입니다. 국정감사에서 투기 수요가 몰린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정부가 숙박업 외에 주거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도록 생숙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용도변경을 하거나 원래 목적대로 숙박업만으로 사용하도록 바꾸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매년 공시지가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합니다.

아 물론 2년의 유예 기간이 있었습니다...만 그 기간 동안 용도변경을 성공한 생숙은 전국 약 10만여실 중 단 1% 뿐이라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건물 내 생숙 소유주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데다, 기존 생숙의 오피스텔 전환을 위해 일부 시설 기준이 완화됐음에도 애초 숙박시설로 지어진 건물이 아니어서 그 벽을 넘지 못한 겁니다.

이런 상황에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지면서 매도는 거의 불가능했고, 여기에 일부 지자체는 국토부가 제시한 기준보다 더 전환 조건을 강화해 생숙 소유자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드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습니다...만 최근 살짝 선회해 상황을 다시 들여다볼 듯 합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생숙의 용도변경 기준 완화에 대해 "법 지키는 사람만 바보만드는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8일 "전 정부에서 집값 급등기에 놀라서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시) 평생 과징금을 매기겠다는 식으로 과한 엄포를 놨다"며 "그게 적절한 지 큰 문제 의식을 갖고 보고 있다. 법과 규정을 만들어 강제할 때는 지킬 수 있는 법을 강제해야 한다"고 약간 입장을 바꾼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어 "오피스텔로 전환하기도 호텔로 등록하기도 어렵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해서) '버티니까 전부 합법화해주더라' 이런 잘못된 선례를 남겨서도 안되기에 고민이 깊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다음날이었죠. 지난 19일 국토부 앞에서 집단 시위에 나선 전국레지던스연합회는 소급행정을 철회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연합회 한 관계자는 "우린 범법자도 분양사기를 당한 바보도 아니다. 국토부는 2015년부터 레지던스를 '주거시설'로 홍보했는데 이제와서 숙박위탁업자들의 먹잇감으로 만든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어라 진짜네요. 과거 국토부 보도자료를 찾아보니 2016년 12월 29일자에 '서비스드 레지던스 : 청소·식사 등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주거시설'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흐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합니다. 용도전환도, 매도도 막힌 이 상황 그대로 10월 14일이 온다면 적지 않은 생숙 소유자들에게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데, 소유주들은 해당 부동산으로 받은 대출을 일시에 상환당할 수 있다는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여기에 생숙 이행강제금 부과를 피하려면 소유자 본인이 위탁사를 지정해 장기임차 계약을 맺는 등의 자구책도 나오지만, 이 역시 불안 요소 중 하나입니다. 위탁운영사가 객실 운영과 판매를 도맡아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인데 지출 내역을 속여도 대응할 방법이 없는데다가, 경기도에서는 한 부동산컨설팅회사가 소유주들 몰래 생숙 전 호실을 숙박업소로 등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한 생숙 소유주는 "위탁숙박제도는 전세사기보다 더 큰 피해가 예상되는 걸 조금만 조사해보면 알 것"이라며 "(위탁사들이) 이행강제금으로 소유주들을 겁박하고 보증금을 편취해 도주하는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본인재산도 아니고 투자도 없기 때문에 '책임은 지지 않고 돈만 벌어가는 꿀사업'으로 소문난 상태"라고 호소합니다.

협회 측은 시위에 이어 세종시에 '집단 전입신고'도 시도했습니다. 30만명 중 무려 1253여명이 전입신고서를 작성해 세종시에 제출한 겁니다. '전입신고'가 가능했던 숙박시설이었는데, 이를 나중에서야 불법이라며 제도를 바꿔 소급적용한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행동이었는데요. 일단 1차로 1000여명이 움직였는데, 조만간 국토부가 내놓을 대책에 이들의 어려움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2차 제출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 그런데 거리로 나선 분들은 이분들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2일에는 전국임대인연합회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를 강행했는데요, 내용을 짧게 정리할 자신이 없습니다. 이분들 상황은 다음 편으로 후다닥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앗 국토부 대책이 먼저 나오면 못쓰....;;;)

그럼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로 정리하겠습니다. 곧 돌아올게요!(...호를 '아윌비백'으로 지어야하나;;;)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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