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에 최대 2억4천만원 저금리 대출 지원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
피해자가 거주 주택 낙찰받아도 ‘무주택’ 간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전세사기 대책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를 당한 집에서 보증금 회수 때까지 계속 거주해야 하는 피해자들을 위해 저금리 대환 대출이 지원된다. 또 정부는 피해자가 불가피하게 거주 중인 집을 낙찰 받더라도 ‘무주택자’로 간주해 청약 등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조처할 방침이다.

정부는 2일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을 통해 전세 보증금 3억원 이하 주택에 사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주택도시기금으로 연 1∼2%대 저금리 대환 대출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가구당 대출 한도는 2억4천만원이다. 정부의 지원으로 피해자들은 전세자금대출 금리 부담을 다소 덜어내면서, 현재 집에서 대항력을 유지하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금 반환이나 경매·공매를 통한 보증금 일부 회수를 기다릴 수 있을 전망이다. 대환 대출 상품은 오는 5월 출시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사고 주택 가운데 보증금 3억원 이하 비중이 90%”라며 “통상 대출금이 보증금의 80%라는 점을 고려해 대출액 한도를 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주거 이전이 필요한 피해자들에게 지원 중이던 연 1∼2%대 저금리 대출도 보증금 요건(2억원→3억원)과 대출액 한도(가구당 1억6천만원→2억4천만원)를 확대한다.

5월부터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경매에서 낙찰받은 거주 중 주택이 공시가격으로 수도권 3억원·비수도권 1억5천만원 이하이며, 전용면적이 85㎡이하인 경우 임차인을 무주택자로 간주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생긴 주택 소유 이력 때문에 청약 당첨 가능성이 낮아지는 문제를 풀기 위한 조처다. 이밖에 정부는 이날 임대인이 숨진 경우 상속대위등기 없이 임차권 등기가 가능하도록 법원 등기선례와 송무선례를 개선했고, 등기명령 송달 이전에 임차권 등기가 가능하도록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도 2월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보증 가입 요건도 전세가율 90%로 강화된다. 또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전세가율을 산정할 때는 감정평가사가 산정한 감정가액이 아닌 공시가격이나 실거래가를 우선 사용하고, 불가피하게 감정가액을 써야 할 때는 감정평가사협회에서 추천한 법인의 감정가만 인정할 계획이다. 사기 일당이 감정평가사와 공모해 매매가와 전세가를 부풀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임차인 거주 주택은 보증을 가입해야만 등록임대사업자로 등록이 허용되도록 하는 법 개정도 추진된다.

공인중개사에 대한 권한과 의무, 처벌도 강화된다. 4월부터는 공인중개사가 임대인 동의를 얻어 임대인의 세금 체납 등 신용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관련법 개정까지 이뤄질 경우 중개사가 선순위 권리관계와 전입세대 열람 등을 요청하면 임대인은 의무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중개사법 시행규칙을 바꿔 4월부터는 중개사가 전세가율과 보증가입을 임차인에게 안내하는 것도 의무가 된다. 현재는 중개사가 전세사기 등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돼 직무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야만 자격취소가 된다. 이에 대해서도 정부는 금고형(집행유예 포함) 선고를 받아도 자격취소가 되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감정평가사에 대해서도 현재는 금고형 2회 처분 때 자격이 취소되지만 앞으로는 금고형 1회만으로도 자격이 취소된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