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사기 차단… 전세값이 집값과 같으면 보증보험 못든다
앞으로 매매 시세와 동일한 수준의 높은 전세 가격에 임대차 계약을 맺은 주택은 공기업에서 전세금 반환을 보장해주는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된다. 높은 전셋값에 세입자를 들인 후 바지사장이나 페이퍼컴퍼니에 소유권을 넘기는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 ‘무자본 갭 투자’를 차단하는 것이다. 또 높은 전셋값을 받기 위해 빌라업자 또는 임대인이 감정평가사와 결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정가보다 공시가, 실거래가 등 보다 객관적인 시세 정보를 전세 보증 가능 여부 판단에 우선적으로 활용키로 했다.
◇'무자본 갭투자’ 전셋집, 보증보험 못 든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법무부, 경찰청 등 정부 관계부처는 2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자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먼저 매매가격의 100%까지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현행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규정을 개정해 오는 5월부터 가입 대상 전세가율을 ‘매매가의 90%’로 낮추기로 했다. 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강화되면 기존에는 매매가격 3억원짜리 빌라에 선순위 대출이 없는 경우 전세금 3억원까지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최대 2억7000만원까지만 가능해진다.
지금껏 전세 사기에 동원된 주택들의 전세가율은 평균 98%에 달했다. 전세 보증금과 매매가격이 거의 같아 매수자는 자기자본 없이 집을 살 수 있었다는 뜻으로, 이 점을 악용해 전세 사기 조직은 보증금을 챙긴 후 신용불량자 등에게 집 소유권을 넘기는 방식의 범죄를 저질러왔다. 현재 보증에 가입돼 갱신 대상인 사람은 내년 1월부터 강화된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정부는 주택금융공사, SGI서울보증 등 다른 보증기관도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정부는 또 감정평가사가 내놓은 감정가가 전세 시세 부풀리기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증 가입시 감정평가액을 최우선적으로 적용하는 현행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앞으로는 보증 가입 여부를 판단할 때 참고 시세로 공시가격의 140%, 실거래가를 먼저 살펴보고, 공시가나 실거래가가 없는 경우에 한해 감정가를 활용하게 된다. 특히 전세 사기가 집중된 신축빌라는 감정가의 90%만 시세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또 감정평가사협회에서 추천한 법인의 감정가만 인정하고 감정평가의 유효기간도 6개월에서 3개월로 축소한다.
등록 임대사업자의 보증 가입 의무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계약 시점에 보증에 가입하기로 해놓고 실제로는 가입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정부는 임대주택관리시스템(렌트홈) 개선 및 관련 법 개정을 통해 6월부터는 보증 미가입시 임차인에게 자동으로 통보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도 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또한, 기존 임차인이 있는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때 보증이 없으면 등록을 거부할 계획이다.
◇전셋집 낙찰받아도 청약 불이익 없어
기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 방안도 나왔다. 피해자들이 거주지 이전시 기존에는 보증금 2억원 이하에 한해 연 1~2%대 대출을 가구당 1억6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보증금 3억원에 최대 2억4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진다. 대항력 유지를 위해 기존 전셋집에 계속 살아야 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동일한 조건의 특례 대출이 제공된다. 또 전세사기로 인해 살던 집을 경매로 낙찰받는다 하더라도 공시가격 3억원(지방 1억5000만원), 전용면적 85㎡ 이하라면 청약 무주택 요건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과 개인 간의 계약을 공공이 모두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제도 운영 과정에서 끊임없는 보완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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