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벗어난 경기·세종 ‘반색’…전문가들 “높은 금리로 매수심리 회복엔 역부족”

조성신 2022. 11. 1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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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구리·고양 등 4곳
투기과열·조정대상 해제

세종시 3중 규제 모두 해제
회복 시점은 내년 초 예상

전문가들, 부동산 시장 연착륙 기여 긍정적
“금리 안정 전까진 시장 활력 어려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등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며 대화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정부가 구리, 고양, 남양주, 의정부 등 경기북부 4곳의 부동산 규제를 해제하자 해당 지자체와 시민들은 환영했다.

정부는 10일 제3차 부동산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이들 4곳의 추가 해제를 발표했다. 이로써 2018년부터 경기북부 10개 시·군 중 가평, 연천, 포천을 제외한 7곳에 적용된 부동산 규제는 지난 9월과 이날 등 두 차례 조치를 통해 모두 해제됐다.

경기북부에서 가장 강한 부동산 규제를 받아온 구리시는 “주택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구리시는 2018년 조정대상지역에 이어 2020년에는 경기북부에서 유일하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그러나 금리 인상 기조로 주택값이 떨어지고 실수요자까지 대출이 막히면서 시장은 침체 일로를 겪었다. 앞서 구리시는 이번 규제 해제 전 국토교통부에 규제 완화를 두 차례나 건의했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오늘 조치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중과되는 등 10가지가 넘는 중첩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구리시민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와 주거 안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거래절벽과 높은 이자에 시달려 온 구리 시민들도 규제 해제를 환영하는 모습이다. 구리시 인창동에 거주 중인 이모씨는 “높은 은행 이자를 감당 못 해 많은 양도세를 감수하고 투자 목적으로 산 아파트 한 채를 팔려고 내놨는데 문의조차 없어 몇 개월째 생활이 쪼들리고 있다”며 “이번 규제 해제로 숨통이 트이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구리 외에 고양, 의정부, 남양주 3개 시도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줄기차게 요청해 이번에 규제에서 벗어났다.

의정부는 지난 8월까지 주택가격 상승률 대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0.79배를 기록하고 분양권 전매량은 작년 동기간 대비 9.37% 감소하는 등 주택경기 침체 양상을 보였다.

세종시 “침체한 부동산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날 것”
정부는 10일 오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발표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을 제외한 전 지역이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된다. [사진 = 연합뉴스]
세종시도 이날 조정대상지역 지정 해제를 마지막으로 그동안 지역을 옭아멘 부동산 3중 규제가 모두 해제됐다.

세종시 관계자는 이날 “높은 대출금리와 경기침체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당장 활성화되기는 어렵겠지만, 그동안 꽉 막혀 있던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 “청약통장 가입 후 6개월이 지나고 청약 예치 기준금액을 납입하면 1순위로 올라설 수 있는 등 청약 조건이 완화된 점도 무주택 서민에게 반가운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지역 중개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를 반기면서도 대출금리가 올라 부동산 시장이 당장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잇단 금리 상승으로 인해 지역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고 조정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 구매 시 자금조달 계획서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은 호재라고 봤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장 회복시기에 대해서는 “금리가 안정되면 아파트 가격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며 “전세가격도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지 않은 내년 초에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이자부담에 활성화 효과는 제한적”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와 대출 규제 완화 계획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기여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매수심리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 외에 대출 규제도 완화해 다음 달 1일부터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50%로 일원화했다. 또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허용키로 했다. 생활안정 목적 주담대는 한도가 없어지고, 무주택자 LTV 우대 한도는 4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서울과 인접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전체가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리면서 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청약 규제도 대폭 풀린다는 점에서 시장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비규제지역에서는 15억원 이상 주택도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규제지역내 20∼50%에서 70%까지 확대되기 때문이다. 또 10년 재당첨 제한, 민영주택 가점제 비율, 분양권 전매제한 등 청약규제가 풀리고 다주택자 양도세·종부세 중과 등 세제도 완화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1주택자가 조정대상 지역에서 추가 주택을 살 때 취득세가 8%지만 해제지역에서는 일반 세율로 바뀌므로 급급매 중심 매물 소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집값이 하락하고,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은 커진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여전히 묶여 있는 만큼 규제 해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하반기 들어 급속도로 냉각되고 수요가 실종된 시장 변화 속에서 예고된 규제 완화의 속도를 한층 높임으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는 정책보다 거시경제의 어려움을 수요자들이 절실하게 체감하는 금리인상, 특히 대출금리가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 대세를 거스리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 수석위원은 이어 “수도권 규제지역 해제는 해당 지역의 세제, 대출, 재정비사업과 관련된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대출규제 완화는 실수요자들의 한도를 높여주는 기준이 된다”면서 “서울 및 경기도 일부지역의 규제가 여전히 남아있는데 지금은 핵심지역의 규제가 완화되고 재정비사업 제도가 확정되어야 수요자들이 일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출규제 완화도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남아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봤다.

이번에 서울 등 규제지역 역시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를 허용하고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 LTV를 50%로 일원화한 것 등도 내 집 마련 실수요자의 숨통을 다소 트여주는 효과는 있지만, 위축된 매수심리를 급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LTV를 50%로 일원화 한 점은 근본 없이 제시됐던 ‘9억원, 15억원’이라는 고가주택 기준을 폐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면서도 “DSR 차주 규제 등이 유효한 상황에서 LTV가 다소 완화된 것만으로는 주택거래가 증가하는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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