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신분사회 덫에 빠진 MZ세대, 연금으로 탈출구 마련하자"
최민섭 전 도시정책학회장, '새 정부 주택정책 이렇게 하라'
청년층 주택문제 해결은 정치권, 기성세대의 책임
연금활용하는 싱가포르, 뉴질랜드 모델 참조해야
인수위, 단기 성과 급급하면 더 큰 혼란, 로드맵 그려야
여야당 초당적 기구 만들어 주택정책 사회적 합의 필요 차학봉기자의>
“집값 폭등으로 청년세대는 주거신분 사회의 덫에 빠졌다. 평생 일해도 내집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다. 이들의 불안을 해결해주는 것이 정부와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20~30대는 고령화로 인해 자신들이 노년이 됐을 때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금고갈 세대’라고 자조하는 MZ세대에게 국민연금을 활용한 내집마련 지원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주택부동산 전문가인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연금을 활용한 젊은층의 내집마련 지원방안을 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도시정책학회장, 국토교통부 민원제도개선 위원, 부동산 통계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최 교수는 1일 본지와 만나. 새 정부의 주택정책과 관련, 젊은층의 절망감을 풀어줄 수 있는 맞춤형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년층에 희망 줄 수 있는 촘촘한 정책 설계 필요
-집값폭등의 피해자는 젊은 세대들이다.
“집값을 절대 안정시키겠다고 약속했던 정부를 믿고 기다렸던 사람들이 모두 피해자가 됐다. 대기업에 다니는 젊은 세대들 조차 평생 일해도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절망에 빠져있다. 어느 세대보다도 정보유통량이 많고 공정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견디기 어려운 현실이다.
물론 이번 집값 폭등은 저금리, 주택부족 등이 겹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발생했다. 세계 각국은 주택 공급확대는 기본이고 LTV(주택담보대출 비율)를 90%까지 올려주고, 임대료 보조금 지급을 확충하는 등 적극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젊은층의 주택난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글로벌하게 형성되고 있다. "
-윤석열 당선인도 청년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역세권 생애 첫집(20만 가구)과 청년원가주택(30만가구)을 공약했다.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이다. 문제는 충분한 공급물량의 확보이다. 택지확보와 공사기간 등을 감안하면 임기내에 입주하는 주택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생애 첫집 주택과 청년원가주택도 ‘로또 주택’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5년 후 그 정책이 유지될 지도 의문이다. 젊은 층이 기다리면 충분한 기회가 올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촘촘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정책의 안정성, 신뢰성이 중요하다. 정권이 바뀌고 주택시장 상황이 변할 때마다 정책이 수시로 바뀌어 왔다. 정부를 믿으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번 정부는 다를 것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을까. "
-인수위가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완화해서 내집 마련을 돕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생애 첫 내집마련에는 정부가 어떠한 형식으로든 지원을 해야한다. 물론 대출규제를 완화하여 레버리지를 많이 활용하면 좋겠지만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시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담보가치가 충분하고 집값 하락기에도 비교적 안전한 원가주택이나 역세권 생애 첫집, 공공택지의 분양주택 등은 LTV를 90%까지 올려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대출규제가 너무 엄격하면 청년 세대의 내집 마련 자체를 가로 막고, 너무 풀어주면 가계부채 리스크를 높인다는 측면이 있다. 청년층의 소득이 향후 일정기간 점차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초기상환금을 낮추고 점차 상환금액이 증가하는 점증상환대출 정도를 고려할 필요가있다.
일률적 규제보다 케이스 바이케이스로 대출 심사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9억원 이상 중도금 대출 제한처럼 현금부자만 집을 사게 한 대출 규제는 하루 빨리 없애야 한다.”
-싱가포르처럼 국민연금을 활용, 내집 마련을 돕자는 주장도 있다.
“싱가포르는 국민연금을 주택마련자금과 연계하고 있다. 도시국가로 토지국유화를 통해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고 국민연금도 부담율이 높은 등 싱가포르만의 특성이 있지만, 참고할 만하다고 본다. 뉴질랜드의 ‘키위세이버’도 참고할 만 하다. 일종의 퇴직 연금인데, 생애 첫 내집마련을 했을 때 인출해 내집 마련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1인당 1만 뉴질랜드 달러를 지원해준다. 우리도 뉴질랜드나 싱가포르처럼 연금을 활용, 무주택자의 내집마련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고령화로 ‘연금고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연금을 불신하는 젊은 세대에게 연금의 필요성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래세대가 현재의 노인세대를 지원하는 세대간 소득재분배 기능은 국민연금 제도 도입초기 제도순응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하였는데 현재 MZ세대의 낮은 수익비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새로운 청년 주거복지 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요하다.”
◇단기 성과 집착하면 시장 왜곡시킬 수 있어
-청년층에게는 임대주택도 필요한 것 아닌가.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를 위해 임차세대에게는 임대료 보조제도를 도입, 소득에 따라 지급액 격차를 두는 것도 좋다. 생애주기별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을 고려 할 때 신혼부부에게는 도심지 직주근접형 중소형 주택이 필요하고 다자녀가구에게는 아이들 교육이 단절되지 않도록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지역에서 자녀수에 따라 중대형 주택도 공급할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인수위가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 다주택자 양도세감면 한시적 완화 등 다양한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인수위가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새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펼칠 수 있는 5년 이라는 기간은 주택시장에서는 그렇게 긴 기간이 아니다. 과거 정부는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원했기 때문에 많은 정책을 내놓고 시장에서 약효가 없다고 더 강한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다 오히려 시장이 더 엉망이 됐고 집값이 급등했다. 임기 동안 주택문제를 모두 해결하겠다는 방식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예측가능하고시장을 안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임기 내에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택시장의 순환주기와 공급시차를 감안해서 긴 호흡으로 현미경과 망원경을 동시에 봐야한다. "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놓고 여야당이 벌써 갈등을 벌이고 있다.
“주택문제는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 뉴질랜드는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주택법안을 여야당이 초당적으로 발의하고 통과시켰다. 특히 젊은층의 주택문제해결은 미래가 걸린 문제이다. 여야당이 정쟁을 벌일 문제가 아니다. 주택문제로 너무나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누구의 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원인과 대책을 여당과 야당, 전문가, 사회 각계 각층이 모여 미래를 위한 비젼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젊은층 지원방안, 주택공급확대 방안, 등을 합의를 도출하고,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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