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 스타들, 廣州(경기도)에 떴다… 한국 음악 영재들 찾으려고

김성현 기자 2025. 8. 8.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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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곤지암 국제 음악제’서 음악 영재 오디션·연주회까지
베를린 필 전현직 수석들은 사진 촬영 도중에도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상대의 악기를 바꿔서 연주하며 연신 아이들처럼 장난을 쳤다. 악기를 들어달라고 하자 일제히 “K팝 스타일” “강남 스타일”이라고 외쳤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호른 수석 쩡윈, 오보에 수석 알브레히트 마이어, 바순 수석 슈테판 슈바이게르트, 클라리넷 수석 벤젤 푹스, 플루트 전 수석 안드레아스 블라우./장경식 기자

“연주할 때 감정을 담는 건 좋지만 지나치게 떨 필요는 없어요.”

7일 낮 경기도 광주시문화예술의전당. 베를린 필하모닉의 오보에 수석인 알브레히트 마이어(60)가 마스터 클래스(공개 강좌)에서 한국 젊은 연주자들에게 말했다. 마이어는 몇몇 대목은 직접 시연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강좌에 참가한 오보이스트 강동휘(24·영국 왕립 음악원 졸업)씨는 “호흡을 안정감 있게 가져가라는 조언도 좋았지만, 직접 연주를 통해 들려주셔서 더욱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날 공개 강좌를 연 사람은 마이어뿐만이 아니었다. 카라얀 시절부터 무려 46년간 이 악단의 플루트 수석으로 재직했던 안드레아스 블라우(76)를 비롯해 현재 클라리넷 수석 벤젤 푹스(62), 바순 수석 슈테판 슈바이게르트(63), 호른 수석인 중국 출신의 쩡윈(曾韻·26)도 같은 날 동시다발적으로 공개 강좌를 열었다. 푹스는 “아홉 살 한국 소녀가 능숙하게 연주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격찬했다. 마이어 역시 “한국 목관 연주자들은 점점 젊어지고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지휘자 푸르트벵글러와 카라얀이 이끌었던 세계 정상 베를린 필의 목금관 전현직 수석 연주자 5명이 경기도 광주에 모였다. 해당 악기에서는 세계 최고의 명인들이다. 흡사 축구로 따지면 FC 바르셀로나, 야구로는 뉴욕 양키스 스타 선수들이 온 것과도 비슷하다.

이들이 경기도 광주에 모인 건 올해 10주년을 맞은 ‘곤지암 국제 음악제(이사장 백수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6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이 페스티벌은 올해 10주년을 맞아서 베를린 필의 전현직 수석들을 초청했다.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올해 음악제는 관현악·실내악 연주회만이 아니라, 미래 음악 영재 발굴을 위한 오디션과 마스터클래스까지 열고 있다. 이들은 연주자인 동시에 오디션 심사위원과 일일 교사까지 ‘1인 3역’을 숨 가쁘게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플루티스트 출신의 백수현 이사장은 “굳이 한국을 나가지 않아도 세계 최고의 연주자들에게 배울 수 있도록 교육·연주·오디션 시험을 결합한 모델이 목표”라며 “앞으로는 금관으로 악기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들은 카라얀 시절부터 현재 지휘자인 키릴 페트렌코까지 수십 년간 베를린 필에서 함께 연주하면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실제로 가족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보에 수석인 마이어는 전 플루트 수석인 블라우의 사위다. 블라우의 아버지와 장인도 모두 베를린 필의 바이올린과 트럼펫 단원이었기 때문에 ‘3대째 베를린 필 가족’인 셈이다. 블라우는 “처음 입단해서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기만 했을 때 아버지와 장인 어른이 ‘인생 코치’가 되어 주셨다”고 했다. 사위 마이어 역시 “3대째 전통을 물려받으면 그 가운데 나쁜 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카라얀 시절의 베를린 필은 독일 관현악의 총본산으로 꼽혔다. 최고참인 블라우는 “카라얀 시절의 악단 사운드는 어둡고 풍성하고 낭만적이었다면 지금은 때로는 지나칠 만큼 기술적으로 정교하고 완벽하다”며 웃었다.

21세기 들어서 베를린 필은 단원들의 출신 대륙이나 국가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막내인 호른 수석 쩡윈은 지난해 베를린 필에 입단해서 세계 음악계의 화제를 모았다. 중국 쓰촨(四川)성 출신의 그도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중국에서 호른을 연주했던 ‘호른 가족’ 출신이다. 여섯 살 때부터 호른을 배운 그는 열 살 때 고향 오케스트라의 아픈 단원을 대신해서 무대에 섰던 ‘호른 영재’다. 그는 “만 열세 살 때 난생처음으로 입상했던 국제 대회가 제주 국제 관악 콩쿠르였다”며 웃었다.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한 셈이다.

이들은 베를린 필의 변화를 눈앞에서 지켜본 ‘산증인들’이다. 마이어는 “카라얀은 부드럽게 이어서 연주하는 ‘레가토(legato)’를 중시했다면, 후임 지휘자였던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모든 단원이 서로의 연주에 귀 기울이는 실내악적 분위기를 누누이 강조했다”고 했다. 카라얀 시절인 1985년 입단해서 올해 베를린 필 40주년을 맞은 슈바이게르트는 “단원 128명 가운데 카라얀 시절부터 남아 있는 단원은 나를 포함해서 딱 2명”이라며 “오케스트라도 젊은 세대가 계속 들어오면서 전통을 이어가고 변화를 맞이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베를린 필 역시 세상사 이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오는 11월 베를린 필의 내한 공연 때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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