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엿보기] 국민의힘 4선 중진 김태호의 용기와 품격 그리고 당 쇄신
원내대표 선거에서 “윤석열과 잡은 손 놓자”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서 ‘품격 있는’ 질의
남북관계 대화 기반 ‘민족적 구심력’ 강조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도 칭찬 받아
“우리 당 더욱 반성하고, 국민에게 엎드려야”
때를 기다리는 ‘큰 정치인’ 향후 행보에 주목
국민의힘에서 전면에 나서진 않지만 묵묵히 '친윤석열' 일색인 당 주류와 다른 결로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정치인이 있다. 4선 중진 김태호(양산 을) 국회의원이다. 12.3 내란 사태 발발 이후 지금까지 김 의원이 보여준 몇몇 장면부터 보자.

그는 집권 여당으로서 정권 안위보다 '국민'과 '국가'를 앞세웠다. 내란이 부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무너진 외교, 주식 폭락과 환율 급등 등 복합 경제 위기, 예측 불가능한 안보 상황 등을 들며 당으로서는 아프고 힘들어도 (내란의)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국민이 원하는 그 길로 갈 준비를 해야 한다며 절절하게 호소했다. 그는 이날 34표를 얻어 낙선했다.
6일 만난 김 의원은 이 연설을 두고 "정치인이 정치를 하는 이유가 전체 국민의 대다수 의견을 조화시켜 함께 나아가는 길을 제시하는 게 기본"이라며 "당시 한국은 국민적 에너지를 모으기보다 남북도 부족해 남남으로 갈려 잠재능력을 깎아먹고 벼랑 끝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에 두고 준비한 내용"이라고 술회했다.
내란 발발을 계기로 이제 여야를 넘어 공존·협치하는 체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무엇보다 컸다. 그는 이 연설을 준비하고 잠이 드는 순간까지 되뇌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샤워를 하고 속옷과 침대 커버까지 갈고 다시 잠을 청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고도 회고했다.
두 번째 장면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 보여준 품격이다.

이때 큰 감동과 울림을 받았다는 정 후보자 말에 김 의원은 "이것은 우리가 통일의 구심력을 결국에는 남북 관계에서 찾아야 한다는 그런 깊은 뜻이 있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후보자에게 거는 기대는 바로 남북문제를 푸는데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내부의 남남의 문제라고 말씀하셨을 때 저는 울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에 더해 독일 통일 과정에 서독 정부의 20년에 걸친 동방 정책을 언급하며 '민족적 구심력'을 다시 강조했다. 독일과 달리 정권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통일 정책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반대 상황 즉 남남 갈등을 다시 한 번 부각했다. 품격이 있는 질의 태도, 깊이 있는 내용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김 의원을 향한 칭찬이 쏟아졌다.
이날 질의는 경남도지사 시절 '통일 딸기' 사업으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주도한 김 의원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그는 도지사 시절 통일 딸기 외에도 북한에 학교 설립과 농기계 250대를 지원하는 등 자치단체 차원에서 여러 교류협력 사업을 주도했다. 도내 북한이탈주민들 정착 지원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김 의원은 "그동안 보수든 진보 등 통일과 남북 문제를 정권 차원에서 이용만 해왔다"면서 "남북관계는 교류의 폭을 넓히고 양측 주민들이 서로 직접 만나 마음을 나눌 기회가 많아져야 서로 섞이고 기대감이 커져 묘한 사랑의 감정이 싹 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10년 전 쓴 <태호처럼>에도 자세히 기술돼 있다. 적어도 남북 문제에서 만큼은 그의 확고한 철학과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특히 도지사 시절 구상했지만 실현하지 못한 여러 대북 지원 사업 아이디어 등을 설명할 때는 무척 신나 보였다. 이런 그는 정 장관이 취임 직후 남북 민간 접촉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고, 대북 확성기 철거를 결정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국회 출입 경남지역 기자들과 만나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전면에서 나서 당과 국가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아직 "당이 정신을 차리지 못 했다"는 그는 국민의힘이 조금 더 국민의 채찍을 맞아야 한다고 본다.
"국회의원들 사표 내고 다 잘못했다고 해야 합니다. 국민이 용서할 때까지 엎드려야 합니다."
광역의원-거창군수-재선 경남도지사-총리 후보자-4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중진 정치인의 말이다.
/김두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