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손 봐야 할 임대차 3법, 전문가도 '갑론을박'

유병훈 기자 2022. 3. 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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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른바 ‘임대차 3법’에 대한 개정 필요성을 공론화했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전·월세 시장의 왜곡을 풀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일이라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섣부르게 접근했다가는 시장의 혼란이 더해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여소야대의 국회 문턱을 넘는 일도 현실적인 과제다.

심교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동산TF 팀장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 임대차 3법 이후 망가진 전·월세 시장… 민주당 ‘수호론’에 단기 우회 방안 고심

3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은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29일 브리핑을 열고 “현 정부에서 임대차 3법을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유예기간 없이 도입해 국민의 거주 안전성을 크게 훼손했다”면서 “차기 정부는 시장 기능 회복을 위해 임대차 3법 폐지·축소를 포함한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계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임대차 3법 부작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해 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임대차 3법은 지난 2020년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강행 처리한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를 뜻한다. 그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핵심으로 꼽힌다.

임대차 3법 도입 이후 전·월세가 상승하고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하면서 임대차 3법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 지 2년이 지나는 오는 7월이 되면, 4년 전 전세 시세에 강제로 묶여왔던 기존 전세 매물들이 현재 시세에 맞게 급등한 상태로 대거 풀리면서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임대차 3법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낸 바 있다. 지난 28일 국토교통부의 업무 보고 후 인수위 브리핑에서도 “임대차 3법 폐지부터 대상 축소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상태”라면서 “임대차 3법이 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주고 있다는 문제의식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방향은 맞고 시장 상황과 입법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는 해당 분과의 설명”이라고 했다.

임대차 3법의 개정·폐지는 입법 사항이라 172석을 장악한 민주당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임대차 3법 수호’를 내세우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임대차 3법은) 폐지할 법이 아니다. 우리 당은 폐지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밝혔고, 윤석열 정부 첫 1년의 민주당을 이끌 박홍근 원내대표도 임대차 3법을 두고 “원칙적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인수위는 법 개정이 없어도 가능한 수준의 개선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교언 교수는 “민간 활성화와 관련해선 법 개정 없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있고 여야가 공감하는 내용을 1차로 많이 집어넣었다”면서 ▲민간 임대 등록 ▲민간 임대 주택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인수위 안팎에서는 자발적으로 계약 기간을 4년 연장하거나 전·월세를 낮게 올리는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나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에 한정해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를 부활시키고 세제상 혜택을 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 전면 폐지? 점진적 개정? 제도 유지?… 전문가들도 엇갈리는 대안

하지만 임시방편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기에 결국은 임대차 3법에 대한 개정 또는 폐지 움직임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접근법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 방향을 두고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

먼저 전면 폐지론이다. 보완책이 더해질수록 오히려 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만큼, 아직 시행 초기인 시점에 아예 법령을 폐지하는 것이 시장 왜곡을 해소하는 데 더 낫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대차 3법,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은 사적 계약에 대해 규율하면서도 해석이 명확지 않아 좋은 법이라 할 수 없다”며 “거기에 보완이랍시고 세제 인센티브니 계약 기간 조정이니 덧붙이게 되면 법만 더 번잡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차 3법을 폐지해 기존 제도로 돌아간다면 그간의 문제점들은 소멸할 것”이라며 “소급 적용 논란도 법 폐지 이후의 계약에는 미적용하면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현실적 제약들과 시장 충격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개정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견해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면 폐지는 현재 전세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다중가격 문제나 임차인들의 불안감 확대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민주당에서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인수위 측에서도 점진적인 개정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설령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해도 결국은 수정·보완의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점진적인 개정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까. 윤지해 연구원은 “윤석열 정부는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고 했으니 임대차 3법을 존속시키더라도 공공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계약갱신청구권의 기간을 현행 2+2년에서 1+1+1년·3+3년 등으로 옵션을 추가하거나, 전·월세 상한제의 범위를 조건에 따라 1~10%까지 폭을 넓히는 등 정부가 가이드(guide)를 두되 계약은 시장에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처럼 규제를 점진적으로 현실화하더라도 마찰음은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봤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역시 “임대차 3법의 가장 큰 부작용은 전·월세 급등”이라며 “하지만 제도를 일순간 바꾸면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으므로 어떤 방식으로든 완충장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임대차 3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월세 시장의 불안은 임대차 3법뿐 아니라 매매가격 상승에 따른 연동과 보유세 부담의 전가, 입주·공급 물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개정이나 폐지로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부작용만 더 커질 수 있다. ‘악법도 법’인만큼 현행 제도를 두고 매매·세제·공급 등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해 제도의 안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박 교수는 “임대차 3법을 보완하려면 현행 전·월세 인상률 상한인 5%를 보다 높이는 방안이 있지만 궁극적인 해답은 아니다”라며 “전세 시장의 문제는 전세가 아니라 매매시장의 안정으로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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