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감세·규제완화..벌써부터 집값 '들썩'
양도세·취득세 등 감세..용적률·초과이익환수 완화 공약
재건축 청사진 없는데도 목동·분당 등선 벌써 집값 '들썩'
청년원가주택 30만호 '로또' 논란..임대차3법 향배도 관심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궤도를 설정하고 속도를 낼 것인지 관심을 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 기간 내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이 집값을 폭등시키고 국민에게 고통을 안겼다.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주택 보유세·거래세 대폭 인하 △전면적인 재건축 규제 완화 △민간 중심으로 주택 250만호 공급 △임대차3법 재검토 등 현 정부의 기존 정책과는 180도 다른 차별성 있는 부동산 공약도 내놨다.
부동산 업계에선 윤 당선자의 부동산 공약은 기본적으로 과거 보수 정권의 정책 기조를 계승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1주택 보유자 세 부담 완화와 재건축 등 정비사업 활성화 등 몇가지 사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고치겠다고 공약한 사항이어서, 새 정부가 출범하는 대로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2년 전부터 지난해까지 급등했던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집값이 아직 뚜렷한 하향안정세로 접어들지 않은 채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과도기적 상황이라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전방위적인 부동산 세금 인하와 무분별한 재건축 규제 완화는 자칫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서울 강남권 등 고가주택 지역을 비롯해 목동, 상계동, 분당 등 수도권 노후주택 밀집 지역에서 윤 당선자 정책 수혜 기대감이 퍼지면서 호가가 들썩거리는 현상은 이런 우려를 더한다.
재건축 규제 확 푼다? 목동·분당새도시 등 벌써 들썩
윤 당선자는 재건축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해 민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해왔다. 현 정부는 지난해 ‘2·4 대책’에서 공공주도로 2025년까지 전국 83만호(서울 32만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공공주도 3080+’ 계획을 내놨지만 윤 당선자는 공공주도가 아닌 민간주도로 전환해 더 빠르고 수요가 많은 곳에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윤 당선자는 공약집에서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현행 50%에서 30%로 낮추겠다고도 했다. 특히 재건축 추진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돼온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재건축 사업의 사업성을 좌우하는 용적률의 경우 역세권에서는 법정 상한을 현재 300%에서 500%까지 높이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여기에다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경기 분당·일산 등 1기 새도시의 경우 용도지역 변경과 종상향을 통한 재정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약속도 한 상태다.
부동산 업계에선 새 정부의 구체적인 재건축 정책 청사진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최근 강남과 잠실, 여의도, 목동 등 서울 주요 지역은 물론 분당·평촌·일산 등 1기 새도시의 집값이 벌써 들썩이고 있는 점을 예의주시한다. 불안감을 느낀 수요자들이 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겠다고 매수 행렬에 뛰어든다면 집값이 걷잡을 수 없이 급등할 여지가 크고 이후 관련 법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에는 큰 손해를 입게 되는 등 시장 혼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재건축 사업은 기존 주택의 멸실을 수반하는 것이어서 주택 공급 순증 효과는 적은 반면 주거환경 개선에 따른 조합원 자산 증식 효과가 크다”며 “재건축 용적률 증가는 해당 단지를 포함한 주변에 과밀 현상을 불러오기 때문에 사업지역의 개발이익은 금전이든, 주택 현물이든 적정하게 환수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전제하고 정책의 틀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재건축 관련 규제를 풀기 위해선 관련 법률의 제·개정이 필수적이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도 대선을 치르면서 노후주택 재건축 활성화라는 정책 전환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어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따라서 재건축에 따른 조합원의 부담을 다소 낮추는 방향으로 초과이익 환수제도를 손질하는 대신 용적률 증가에 따른 재건축 단지의 공적 기여는 늘리는 절충안이 시도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청년층을 위한 ‘로또’, 청년원가주택 현실화 진통 예상
윤 당선자는 임기 5년 동안 전국에 250만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 물량은 130만~150만호. 공급 방안을 살펴보면, 새도시를 비롯한 공공택지 개발을 통해 가장 많은 142만호(수도권 74만호)를 공급한다. 이 밖에 △재건축·재개발 47만호(수도권 30만5천호) △도심·역세권 복합개발 20만호(수도권 13만호) △국공유지 및 차량기지 복합개발 18만호(수도권 14만호) △소규모 정비사업 10만호(수도권 6만5천호) △매입약정 민간개발을 포함한 기타 방법 13만호(수도권 12만호) 등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최근 10년간 주택 공급 규모가 연평균 48만호 수준인 만큼 5년간 250만호 공급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주목되는 것은 목표 물량이 아니라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공공자가주택’이다. 윤 당선자는 집값 급등으로 인해 자력으로는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청년층을 위해 ‘청년원가주택’ 30만호,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토지임대부 주택인 ‘역세권첫집’ 2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청년들의 관심이 높은 청년원가주택의 경우 수요자가 택지 조성원가와 기본형 건축비 등으로 이뤄진 주택 분양가의 20%만 우선 낸다. 나머지 80%는 장기원리금 상환 방식으로 매입하는 형태다. 5년 이상 거주한 뒤 집을 국가에 매각하면 매매차익의 최대 70%를 되돌려준다. 청년들로서는 부담 가능한 최저 수준의 비용으로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 또 중간에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매각하더라도 시세차익의 대부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청년원가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이윤을 남기지 않고 주택을 원가로 제공해 수요자의 시세차익이 커지는 일종의 ‘로또 주택’이라는 점에서 다른 계층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장기 무주택자인 중장년층이 입주하는 공공주택도 원가로 공급하는 게 공정하다는 주장이 커질 수 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국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다양한 유형의 공공자가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청년층에 한해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방식은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며 “원가 공급이 필요하다면 세대를 불문하고 일정 소득과 자산 이하인 무주택자에게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대차3법, 개정 2년 만에 보완 이뤄지나?
2020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뼈대로 시행에 들어간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이 수술대에 오를지도 관심사다. 윤 당선자는 지난 2월 방송3사 초청 대선 후보 티브이(TV)토론에서 “오는 7월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나면 (1회 계약갱신청구권 만료로 인해) 전셋값이 급등할 것으로 우려된다. 당선되면 임대차법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펴낸 공약집에서는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을 ‘적정하게 개정하거나 보완’하겠다고 바꿨다. 국민의힘은 집주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에 응하면 소득세나 양도세 등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쪽으로 관련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와 주거시민단체에서는 현행 임대차법의 모호한 규정 탓에 세입자 주거권 보호라는 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법원 판례가 나오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은 “새 정부는 계약 갱신을 하는 집주인에게 세제 혜택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과, 주택을 장기임대하는 등록된 주택임대사업자에게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정부 최종안을 봐야겠지만 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도했다가 실패한 방안이어서, 그대로 부활시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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