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5년간 '국평 10억' 지자체 13→68곳.. 서울 100%·경기 80%
문재인 정부 5년간 아파트 전용면적 84㎡, 이른바 ‘국민 평형’의 가격이 10억원을 돌파한 시·군·구 수가 5배, 거래 건수는 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층의 상징’이었던 10억원 아파트가 이제는 흔해진 것이다.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전용 84㎡ ‘국민 평형’이 10억원을 넘겨 거래된 시·군·구는 ▲2017년 13곳 ▲2018년 21곳 ▲2019년 31곳 ▲2020년 48곳 ▲2021년 68곳으로 5년만에 5배 이상이 됐다. 226개 시·군·구 중 비율은 5.75%에서 30.08%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10억원 돌파 거래 건수 역시 ▲2017년 2711건 ▲2018년 3047건 ▲2019년 6909건 ▲2020년 9880건 ▲2021년 8789건으로 3.24배 증가했다. 10억원 이상 거래가 가장 많았던 곳은 2019년 송파구였는데 1년 동안에만 1234건을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10억 클럽에 가입한 자치구는 지난 2017년 11개구에서 2020년 24개구로 늘더니 2021년에는 25개구, 즉 모든 구로 확대됐다. 지난해 10억원 돌파 거래 건수가 가장 적은 중랑구가 31건인데, 이는 2017년이었다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5년간 10억원 이상 거래 건수 중 강남 3구의 비중은 ▲2017년 92.25% ▲2018년 55.79% ▲2019년 43.94% ▲2020년 25.26% ▲2021년 15.84%로 계속 줄어들었다. 전국적인 아파트값 폭등 속에 ‘10억 클럽’이 속출한 데다, 강남은 특히 영동대로 일대의 잠실·삼성·대치·청담동에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되는 등 더 강력한 규제로 거래가 묶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토지거래허가제와 더불어 취득세·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지면서 강남의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며 “하지만 거래량이 줄어들었을 뿐 집값은 신고가를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대표적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는 2020~2021년 사이에 10억 클럽이 폭증했다. 2020년까지 유일하게 10억원 이상 거래가 없던 도봉구에서도 2021년에는 32건이 신고됐다.
경기도는 지난 2017년 과천과 성남 분당구 두 곳에서만 10억 클럽이 나왔으나, 2021년에는 25개 시·군·구로 늘어났다. 경기도에 31개 기초지자체가 있음을 고려하면 10억 클럽 가입 지자체 비율이 6.45%에서 80.64%로 증가한 셈이다. 특히 2020년~2021년 사이에만 14곳, 78.57% 급증했다.
하남시의 경우 지난 2019년에야 10억원 돌파 거래가 14건이 나타났는데 2021년에는 449건으로 불과 2년 사이 32배 늘어나기도 했다. 송도 신도시가 있는 인천 연수구도 2020년 첫 3건 거래 이후 2021년 89건으로 1년 만에 29.66배 늘어났다.
비(非)수도권은 지난 2017년 10억 클럽이 한 곳도 없었고 2018년에는 광주 남구에서 1건만 나왔지만, 2019년에는 ▲대구 수성구 ▲대전 유성구 ▲부산 해운대구·수영구 등 3개 광역시로 늘어났다. 2020년에는 경남 창원 성산구에서 첫 도(道) 소속 10억원 거래가 나오더니, 2021년에는 지방 5대 광역시 모두와 함께 제주도까지 10억원 클럽에 가입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26번의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10억 클럽’의 확산을 촉진했다고 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을 틀어막은 상황에서 세금·대출로 수요만 억제하려는 무리한 부동산 정책이 풍선효과를 불러일으키면서 주택수요를 최상위층부터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고 말했다.
이은형 연구원은 “2010년대 중반까지 부동산 시장을 지배한 ‘집값 하락론’이 상승론으로 반전되는 시점에 정부가 설익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면서, 오히려 전 국민이 부동산만 바라보게 만들었다”면서 “더구나 정부는 이를 ‘가수요(假需要)’로 오판해 잘못 접근하면서 시장에서 ‘무주택 낙오’에 대한 공포를 부추겼다”고 했다.
‘10억’이 가지는 의미도 반감됐다. 심교언 교수는 “통계에 따라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2억원 안팎으로 오르면서 10억원이 가지는 상징성이나 의미가 없어졌다”며 “9억·15억원 기준의 규제정책 기준도 변경할 필요가 있다. 여당 대선후보도 기준 변경을 공약했는데, 그만큼 무리한 정책이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은형 연구원은 “10억원은 서민들에게 여전히 접근이 불가능한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불평등이 심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10억 클럽의 확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심 교수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집값도 따라 오를 수밖에 없을뿐더러, 신축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도 “지난해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유동성 증가와 1인 가구 급증을 꼽았는데, 올해도 이들 변수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더구나 이번 상승장의 기억으로 사회가 부동산을 대하는 가치관과 시각이 완전히 바뀌어 10억 클럽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은혜 의원은 “아파트 평균가가 10억원이 되고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20여년을 모아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세상은 민주당 정권 5년 동안 극심해진 자산 양극화 실태를 보여준다”며 “정답이 먼데 있지 않다. 이념으로 부동산을 규정짓지 말고 국민들이 살고 싶은 곳에 살만한 집을 짓는 적재적소 공급만이 신음하는 부동산 시장에 숨통을 틔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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