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올해 집값 오른다는 거야 내린다는 거야"..시장 혼동에 애타는 서민들

조성신 2022. 1. 3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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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 한풀 꺾인 주택시장
새 임대차법 시행 2년 도래 7월 말부터 전월세 시장 불안 관측
서울 아파트값 1년8개월 하락
수도권 전세도 동반 약세
부동산 전문가 "시장 불안요소 많아"
국책연구기관 "상승력도 상당"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매경DB]
지난해 전국적으로 크게 오른 주택 매매 가격의 상승세가 금융당국의 초강력 대출 규제 등에 가로 막혀 달궈진 주택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미국발(發) 금리인상 예고 등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시장에도 하락 지표들이 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20개월 만에 하락 전환됐고, 연초 청약 열기도 종전보다 시들해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정부의 '돈줄 죄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값 상승을 예견했던 전문가들 사이에도 집값이 최소 대선 전까지 약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국책·민간 연구기관들은 일제히 제한적이나마 올해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올해부터 대출 규제가 더 강화되는 가운데 3월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선거라는 대형 정치 이슈는 집값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1% 하락하며 20개월 만에 하락 전환됐다. 지난해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경기도의 아파트값도 금주 보합을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멈췄다.

집값 하락은 최근의 거래량 급감에 따른 것이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작년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1088건(26일까지 신고 기준)으로 파악됐다. 12월 거래량으로는 역대 최저로,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12월(1523건)보다도 줄었다.

작년 9∼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역시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정도로 최근 거래 절벽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이후 본격화된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대출 금리 인상, 집값 고점 인식, 대선 이후 정책변화 등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며 급매물만 팔리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다주택자를 대신해 일명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으로 투자)로 집을 사며 집값과 거래량을 떠받쳤던 2030 세대들이 매매는 물론 전세대출까지 강화되면서 '돈줄 죄기'가 이어지자 주택 구매를 줄였다.

수요 감소 여파로 지난해까지 없던 매물이 최근들어 적체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고가주택이 많아 애초 담보대출이 안되는 강남권 역시 최근 거래 침체 장기화로 직전보다 하락한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 거래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이뤄진 아파트 거래 2만2729건(신고일 1월18일 기준) 중 이전 최고가보다 가격이 하락한 거래가 79.5%(1만8068건)로, 80%에 육박했다. 서울의 하락 거래 비율도 54.3%로 하락 거래가 절반을 넘었다. 일례로 작년 11월까지 최고가 계약이 이어졌던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이달 11일 전용 76.79㎡가 24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인 26억3500만원 대비 1억4500만원 내린 것이다.

국책연구기관 "수도권 5.1% 지방 3.5% 상승할 것"
잠실에 있는 한 중개업소 벽에 전월세 안내 표지가 붙어 있다. [매경DB]
거래 침체로 인한 집값 하락에도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올해 주택 가격이 수도권은 5.1%, 지방은 3.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연이 추계한 올해 주택가격 상승률인 수도권 9.4%, 지방 6.1%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현 정부가 재임 기간에 집값을 하락 안정시키겠다는 목표와는 상반된 의견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하 전국 5.0% 상승), 우리금융경영연구소(3.7% 상승), 주택산업연구원(2.5% 상승), 한국건설산업연구원(2.0% 상승) 등 민간 연구기관들도 수치는 다르지만 모두 올해에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상승을 점치는 근거 중 하나는 서울의 공급 부족이다. 주산연은 자체 주택 수급량 산정 방식을 통해 현 정부 5년 동안 서울은 14만가구, 경기·인천은 9만가구의 공급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2·4 대책'을 통해 3기 신도시 등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물량은 2023년 이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가 시작돼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젝돼 왔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대응을 위해 늘어난 국가 예산에 더해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이 풀리면서 올해에 또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유동 자금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토지보상 전문업체 지존에 따르면 올해 전국적으로 32조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릴 전망이다. 수도권에서 풀리는 토지보상금만 26조원에 달한다.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최근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와 서울시 등이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공공재건축·재개발, 신속통합기획 등이 서울 집값을 자극할 불쏘시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초강력 대출 규제 기조와 금리 인상 압박, 보유세 부담 급증은 집값 상승 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의 집값 급등 현상은 올해에 대출 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본격적으로 반전될 수 있다"며 "금융 규제 강도와 금리 인상 속도, 보유세 체감 부담감의 크기 등에 따라 시장 상황은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3월과 6월 각각 치러질 대선과 지선이 향후 집값의 움직임을 결정할 초대형 변수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 3월 대선 결과에 따라 부동산과 관련된 개발 방식과 세금 정책의 큰 방향이 결정된다"며 "특히 보유세 완화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방안이 최종 확정되면 매물 출회 여부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입주 물량 늘지만, 서울은 줄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안했던 전세시장은 올해에도 공급 부족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건설산업연구원(이하 전국 6.5% 상승), 주택산업연구원(3.5% 상승), 건설정책연구원(4.0% 상승) 등 민간 연구기관들은 올해 전셋값 상승을 예상했다.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공급이 부족해지고, 나아가 임대료를 높이는 방식으로 조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현상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특히 재작년 7월 말부터 시행된 새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한 차례 사용한 전세 계약이 올해 7월 말 이후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다는 점은 전·월세 가격 불안을 부추길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계약을 2년 연장했던 물건이 시장에 나오면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전·월세 시장은 매매 시장과 마찬가지로 올해보다 상승 폭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기간 2년이 종료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국적으로는 작년 대비 입주 물량이 늘어나며 임대차 시장에 숨통을 트일 전망이다. 직방 자료를 보면 올해 전국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21만40381가구, 임대 물량 제외)보다 21.9% 늘어난 26만1386가구다. 수도권(14만2751가구)과 지방(11만8635가구) 모두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각각 22.0%씩 늘어난다.

부동산R114가 임대 물량을 포함해 집계한 올해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전국적으로 올해 대비 10.3% 증가한 31만4303가구다. 올해보다 수도권(16만6897가구)은 1.2%, 지방(14만7406가구)은 22.6% 늘어난다.

문제는 서울이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직방 기준 1만8148가구, 부동산R114 기준 2520가구로 올해 대비 각각 14.0%, 35.8% 감소한다.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서울 아파트값 하락 전환 등 주택 시장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어서다. 일단 이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개인별 대출규제가 더 강화된 가운데 미국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이후 올해 3번 이상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내 기준금리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선제 금리 인상으로 2% 중후반이던 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5% 중반으로 높아졌고, 6%대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크다.

박원갑 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정책의 대변화가 예상되는 대선 전까지는 일단 약보합세 기류가 확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면서 "연초 눈치보기 장세가 지속되며 거래 감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상반기까지 시세보다 싼 매물만 팔리는 '급매물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선 이후에는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여야 대선후보가 일제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유예 공약을 내세우고 있어 이 정책이 시행되면 보유세 부담을 못 이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한꺼번에 내놓을 것으로 보여 집값도 일정기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양도세와 더불어 보유세 인하 정책까지 동시에 추진할 경우 일부 다주택자들은 다시 버티기에 들어가며 집값 하락세가 단기에 끝나거나 낙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 여야 대선 공약중 하나인 재건축 규제 완화나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연장 등 개발 공약들은 반대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불쏘시개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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