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폭등 부른 전세대책 1년] "거래절벽 엎친데 대출규제 덮친격.. 물량 늘려도 공급난 해소안돼"

박상길 2021. 11. 1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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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 진단
정부 공급주택 서울과 멀고 좁아
전세대출 풀어주고 월세 줄여야
수요자 맞춤 주택유형 공급 지적
서울 강남구 아파트·주택 단지 일대. <연합뉴스>

부동산 전문가들은 11·19 전세 대책이 사실상 실패한 것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애초 공급 계획했던 목표치가 시장의 만성적인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에 터무니없이 적은 물량인데 그마저도 아직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 너무 공급 목표치 달성을 위해 물량 채우기에만 급급해 하지 말고 수요자들의 요구 수준에 맞는 주택 유형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8일 "전세 대책이라는 것은 효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물량 자체도 굉장히 적기 때문에 시장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라며 "정부가 연내 남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공급에 속도를 낸다고 하더라도 시장이 받는 충격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 7월 말 시행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으로 전셋값이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에 적어도 내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다가 계약이 만료된 전세 매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시장에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반응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는 작년 11월 19일 전세대책에서 2021∼2022년 2년에 걸쳐 전국에 총 11만4000가구의 전세 주택을 신규 공급해 전세난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부터 불안하게 움직이던 전·월세 시장이 작년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크게 흔들리자, 공공임대주택을 단기간에 최대한 공급해 물량 부족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심 교수는 "내년 계약이 만료된 전세 매물이 더 높은 가격에 계약되면 시장의 혼란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라면서도 "지금 워낙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전셋값이 더 폭등하진 않겠지만 상승세는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내년 대선 후보가 누가 되더라도 시장의 기대만큼 단기적으로 전세 시장을 안정시키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며 "임대차 2법을 폐지하고 대출 규제를 풀어 시장을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한다면 전셋값이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 교수는 "임대차 2법이 전세 유통 물량의 잠김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고, 공공에서도 목표했던 물량마저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급 부족 상황에서 고강도 규제 정책을 펼치는 것은 전월세 시장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에서 월세로 많이 전환하는 현상, 주거의 수준이 저하되고 주거비 부담은 늘어난다"라며 "무주택 서민이나 젊은 층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고통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젊은층의 거주 비율이 높은 수도권 상황을 보면 작년 1∼7월 월간 0.15∼0.42% 사이에서 움직이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임대차 2법 시행 후 급등하기 시작해 작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0.54∼0.89%로 상승폭이 컸다. 3기 신도시 등 공급계획이 담긴 '2·4 대책' 이후 3∼5월 0.51%, 0.37%, 0.36%로 전셋값 상승 폭은 둔화했으나, 6월 0.55%로 다시 오름폭을 키우더니 7월부터 0.79%, 8월 0.84%, 9월 0.80%, 10월 0.75% 등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가 공급하려는 주택은 서울과 멀고 면적이 좁으며 월세 위주라 수요자들이 원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며 "돈이 없는 서민들에게 자꾸 월세를 살라고 권할 게 아니라 전세 대출을 풀어주고 월세 비중을 낮춰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올해 7월부터 서울 등 규제지역 내 시가 6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3% 후반에서 최고 5%까지 치솟으면서 전세대출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대출 부담으로 월세로 갈아타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서울 아파트 월세(반전세·보증부월세 포함) 수급지수는 110.6으로 전월(110.0)보다 0.6포인트(p) 상승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전세 대책을 위해 마련한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공급 가구 수는 늘려야 하다 보니까 저렴한 부지를 찾을 수밖에 없고, 그렇다 보니 전세 수요자들이 원하는 위치나 주택 유형이 정부에서 공급하려는 것과 미스매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을 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물량 작전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에 맞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 임대차 시장의 경우에는 빨리 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갈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한다"라며 "수요자 중심 시장이라는 것은 수요자보다 공급 가구 수가 많을 때 시장 안정 안정을 이룰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등으로 인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보니까 정부에서 전셋값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공 공급 위주의 정책보다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투트랙으로 공급해서 시장 안정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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