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진 자·못 가진 자 모두 불만인 사회 [이슈플러스]
[한국경제TV 홍헌표 기자]
<앵커>
문재인 정부를 평가할 때 낙제점 수준인 분야로 부동산을 꼽을 수 있는데요,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세금도 덩달아 올라 집을 가진 자, 못 가진 자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 이슈플러스, 부동산부 홍헌표 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집값 문제로 민심이 흉흉하죠?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반 동안 집값이 두 배 올랐습니다. 통계를 내는 곳 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두 배가 오른 게 맞습니다.
각종 규제책을 퍼붓고도 집값을 못 잡은 정부를 향한 불만들이 적지 않습니다.
시민들 인터뷰를 듣고 다시 얘기 나누시죠.
[안홍진 / 서울 마포구 : (집을 사기가) 아무래도 어렵죠. LTV도 굉장히 규제를 많이 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저희 같은 사회 초년생들은 대출을 받아야 되는데, 그런 길들이 막혀 있으니까 조금은 답답한 것 같아요. 근로소득으로 (주택을) 구매하기는 쉽지는 않아진 것 같아요.]
[연세지 / 서울 강서구 : 청년주택을 만들어도 거기 들어가면 이제 다음 번에 제 집 마련할 주택을 구할 수가 없고, 확률이 낮아지잖아요. 그래서 함부로 들어가기도 그렇고. 대출도 안되니까 전세도 가기도 그렇고 해서 집을 마련하는 게 힘들어진 것 같아요.]
좀 더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부동산의 자화상을 세대별로 살펴보겠습니다.
집값이 너무 올라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젊은층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2030세대들은 "돈을 모아 집을 사기 어렵다"는 한탄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들을 전효성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앵커>
집값 상승 속도가 근로소득 증가를 추월한 상황이란 점은 심각해 보이는데요.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나요?
<기자>
집값 상승과 거래가 부족한 상황에서 호가가 올라가는 것이 큽니다.
초저금리의 장기화로 인한 유동자금 증가와 주택공급 부족, 정부의 세금만 올리는 정책실패 등이 한 데 겹쳤다고 보시면 됩니다.
규제로 집값을 잡으려고 했지만 규제들이 모조리 실패했고, 그 규제가 또 부작용을 낳아 집값은 더 오르고, 전셋값도 올랐습니다. 집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의 양극화가 심해졌습니다.
또 지나친 규제 때문에 집을 파는 것도 어려워졌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거래량이 크게 줄었고, 매도자 (집주인) 우위의 시장이 계속되면서 호가를 배짱있게 올리고, "살 수 있으면 사라. 낮은 가격으로는 안 판다"는 시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2030세대에 이어 그나마 보유자산에 있어 여유가 있는 4050세대는 현재 주택상황에 대해 불만이 없나요?
<기자>
4050도 불만이 많습니다.
일단 무주택자와 유주택자를 나눠서 설명을 드려보겠습니다.
4050 무주택자는 대부분 전세를 살면서 청약의 가점제를 노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4050이라고 꼭 가점제로 다 당첨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무주택 지위를 15년 이상 유지하면서 부양가족도 많아야합니다.
표를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청약가점 만점이 84점인데요, 만 30세 이후 무주택 기간이 15년이 넘어야 32점을 다 받을 수 있고, 청약가입 기간도 15년을 채워야 최고 17점을 받습니다.
여기서 4인 가족이면 세대주가 부양가족이 3명인데, 부양가족 점수로 20점을 줍니다. 부양가족 최대 6명이면 35점으로 이래야 만점이 나옵니다.
통상 만 45세가 넘은 분들이 4인 가족이면 점수가 69점에서 더 올라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들의 가점제 당첨 점수를 살펴보면 래미안 원베일리가 최저 69점 최고 84점, 강일 e편한세상 어반브릿지 최저 69점 최고 81점입니다.
부양가족을 억지로 늘리지 않으면 당첨 가능성이 극히 낮습니다.
이럴 경우 본인이 원하지 않는 지역으로 하향 지원해야합니다.
또 현 정부 들어서 서울 도심에서의 공급을 막았습니다. 그나마 공급하는 것도 4~5년 뒤에 지어질 3기 신도시죠.
서울 주요 입지에 있는 재개발이나 재건축 같은 정비사업을 어렵게 하다보니 청약의 일반분양 숫자도 가뭄에 콩 나듯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무주택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세입자로 살게되면 또 전셋값 폭등으로 고통을 받습니다.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인 2+2가 또 부작용을 낳아서 집주인들이 새로운 계약을 할 때 전세금을 대폭 올려버린 겁니다.
현실적으로 4050세대는 다니고 있는 직장이나 아이들 학교 때문에 이사도 쉽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전세살이를 계속해야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청약을 노리다가 전세난민이 되는 4050 무주택자들을 살펴봤는데, 4050 중에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기자>
유주택자들은 현실적인 이유로 이사를 갈 수가 없습니다.
물론 1주택자가 계속 한 곳에 사는건 크게 문제 될 게 없지만 예를 들어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사하거나 서울 내에서 상급지로 이동하고 싶을 때가 있죠.
또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 교육을 위해 강남이나 목동으로 가고 싶어도 모든 지역 집값이 다 올라서 추가로 돈을 모았거나 대출을 받아야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대출규제를 하면서 15억 원이 넘는 주택은 대출을 막았습니다. 서울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상당수가 15억원을 넘었습니다. 대출도 안된다는 겁니다.
여기에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면 양도세도 내야하고, 새로 집을 사면 취득세, 각종 수수료나 리모델링 비용도 나가야합니다. 부대비용만 대략 1억 원이 됩니다.
이 때문에 집을 가지고 있어도 팔지도 사지도 못하고, 오히려 전세주고 전세로 이사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전세시장에 꼭 무주택자만 진입하는게 아니다보니 전세시장의 불안은 가중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6070세대들은 대부분 집 한채는 갖고 있을 텐데요. 집값과 함께 세금도 많이 올라 걱정인가요?
<기자>
은퇴자가 대다수인 6070세대의 경우 주택 한 채만 보유해도 세금 폭탄을 맞게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김원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앵커>
이렇게 전세대에 걸친 불만들을 살펴봤습니다. 홍 기자 조금 다른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주택시장 지표들을 살펴보면 일부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연말까지 집값 향방은? 어떤가요?
<기자>
일단 정부가 대출 규제를 심하게 옥죄고 있고, 연말까지 전세대출이 아니면 사실상 추가 대출이 없기 때문에 거래량이 적어서 일부 물건들이 고점대비 수천만원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일시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원 : 최근 집값 변동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주 기준 0.10% 올랐습니다.
지금 당장은 금리인상과 대출축소, 가계부채 추가 대책으로 매수세는 다소 위축되는 분위기인데, 매수세가 없는 상황에서 집주인들도 호가를 내리지 않아 매도자와 매수자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봐야할 것이 상승 폭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하락이 아니라 상승하고 있다는 겁니다.
기준금리가 지금 0.75%인데, 최근 5년간 가장 높았던 기준금리가 2019년의 1.75%입니다. 당장 이렇게 올리더라도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는 크게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닐 수 있습니다.
또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다양하기에 금리인상이 부동산하락으로 직결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젊은 세대 중에 자금여력이 가능한 실수요자들은 지금이라도 바로 매수에 뛰어드는 사례가 적지 않고요, 실수요자들이 보유한 주택들은 매입가격 이하로는 쉽게 시장에 나오지 않을 겁니다.
특히 GTX같은 지역적인 호재는 부동산 가격상승을 계속 부추길 것입니다.
집값의 조정은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의 대규모 입주시점이 다가오는 5~6년 뒤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외환위기같은 경제위기가 벌어지면 부동산, 특히 주택가격은 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홍 기자 잘 들었습니다.
홍헌표 기자 hphong@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