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으면 '평생 셋집'..2030, 수도권서만 27만채 아파트 샀다
"물량 없고 청약 무의미" 집값 저렴한 구로·수원 등 집중
지난해 임대차법 시행 기점, 매수비중 40%대로 껑충
"공급부족 → 가격 상승 불안감..패닉바잉 계속될 것" 본지,>
# 37세 A 씨는 지난해 7월 수원 영통구 광교신도시에 있는 12억 원 상당의 아파트(전용 84㎡)를 구입했다. 그가 차입한 금액은 주택담보대출과 가족 간 신용거래를 포함해 7억 원에 이른다. 그는 “아파트값이 더 오를 것 같아 고액 대출을 끼고 주택 매입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B(29) 씨는 올 2월 용인 기흥구 아파트를 6억 원에 매입했다. 그는 “자녀 생각이 없어 청약가점제를 노리는 건 무의미해 보였다”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서둘러 집을 매입했다”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통계를 작성한 것은 지난 2019년 1월부터다. 서울경제가 올해 6월까지 2년 6개월간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동안 2030세대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사들인 아파트는 27만 1,925건에 이른다. 이 기간 같은 지역에서 거래된 총 아파트는 85만 7,472건이다. 2030세대 비중이 31.7%에 이른다. 이 기간 동안 서울은 전체 거래 19만 4,917건의 35.9%(7만 19건)가, 경기는 53만 5,101건 가운데 31.0%(16만 5,726건)가 2030세대 거래였다. 청년층 비중은 인천에서는 28.4%였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 8월부터 젊은층의 주택 매입이 증가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이다. 치솟는 집값에 그나마 이들이 주로 택한 곳은 중저가 지역이었다. 2년 6개월 동안 2030세대 매수 1위 지역을 보면 서울은 노원구, 경기는 수원시, 인천은 연수구 등이다.
◇서울서 저가 지역으로 수요 쏠려=2030세대의 아파트 매수는 서울에서 주로 저가 지역으로 몰렸다. 서울에서 이뤄진 7만 19건의 청년층 매수 사례를 분석한 결과 노원구가 1위를 차지했다. 2년 6개월 동안 노원구에서는 2030세대가 7,346건(비중 10.5%)을 매입했다. 2~4위는 강서구(5,135건·7.3%), 구로구(4,253건·6.1%), 성북구(3,963건·5.7%)가 차지했다. 모두 매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으로 꼽히는 곳들이다. 2030세대 매수 건수 10건 중 3건이 이들 4곳에 집중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동대문구·마포구·용산구 등 도심 지역이 인기를 끌지 못한 점이다. 2030세대의 동대문구 아파트 매입 건수는 2,868건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1%였다. 순위로는 25개 자치구 중 10위에 자리했다. 마포구는 13위, 용산구는 22위를 차지했다. 마포·용산구의 경우 강남3구와 같이 높은 가격이 매수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는 ‘강남 접근성’ ‘직주 근접’ 각광=경기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30세대 매수세가 가장 많이 몰린 지역 1위는 수원시였다. 2위는 용인시, 3위는 화성시, 4위는 고양시, 5위는 성남시 등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2030세대의 지난 2년 6개월간 거래 건수는 총 16만 5,726건이다. 이 중 11.9%인 1만 9,752건의 거래가 수원시에서 이뤄졌다. 경기도 2030세대가 사들인 아파트 10건 중 1건은 수원시인 셈이다. 비중을 보면 용인시는 9.6%, 화성시는 8,7%, 고양시는 7.4%, 성남시는 5.5% 등이었다. 이들 5곳의 2030세대 거래량은 7만 1,431건으로 경기도 내 2030 전체 거래량 16만 5,726건의 43.1%에 달했다. 이들 지역 모두 현재 신분당선 등을 통해 강남과 교통망이 연결돼 있거나 추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C노선을 통해 강남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인천에서는 신도시가 소재한 지역에서 청년층 거래 사례가 많이 나왔다. 인천에서 2030세대 거래량 1·2위에 오른 지역은 연수구와 서구로 송도국제도시와 청라국제도시·검단신도시 등이 위치한 지역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직주 근접’ 수도권이 2030세대의 아파트 매수세를 관통할 수 있는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임대차법이 패닉바잉 불러=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2030세대의 아파트 매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8월부터는 새 임대차법이 본격 시행됐다. 서울 아파트 매수인 중 2030세대 비중은 지난해 7월(36.9%) 이전까지 40%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새 임대차법이 본격 시행된 8월을 기점으로 비중은 40.4%로 늘어났고 이후 10개월 동안 2개 달(2020년 11월·39.3%, 2021년 4월·39.3%)을 제외하고는 줄곧 40%대를 넘어섰다.
인천의 2030세대 매수 비중은 2019년 1월 30.5%를 기록한 후 하락하기 시작해 25.6%를 기록한 지난해 7월까지 18개월 연속 20%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0년 8월에 비중이 30.4%로 크게 늘어난 후 올 5월까지 9개월 연속 30%를 웃돌았다. 6월에도 29.6%를 기록하며 30%에 근접했다. 경기에서는 통계 작성 이후 지난해 7월까지 30%를 넘지 않았던 2030세대 비중이 지난해 8월 30.1%를 기록하면서 현재까지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동산 공급 정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청약가점제로 신규 물량 확보마저 어려워지자 기존 재고 주택 매입을 하는 선택을 다수의 청년이 한 것”이라고 분석하며 “결국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 행렬은 앞으로도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오는 만큼 기존에 공언한 공급 대책을 꾸준히 추진해 시장에서 신뢰를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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