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시영 전세 매물, 1주일새 22건→40건
서울 종로구로 출퇴근하는 김모(47)씨는 8년 전 분양받은 경기도 화성의 아파트로 이사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최대 80%)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이 ’10년 거주'로 바뀌어 올해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1주택자로 투기를 한 것도 아닌데, 직장 때문에 서울 전셋집에 산다고 벌금 같은 세금을 내야 하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울산 지사로 발령받은 이모(40)씨 역시 1주택자 실거주 요건 때문에 ‘주말 부부’가 됐다. 그는 “온 가족이 이사할까도 생각했지만, 서울 아파트 실거주 기간을 채우기 위해 가족은 서울에 남았고, 울산에 얻은 오피스텔 월세를 내느라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전세난만 부추긴다”는 여론에 밀려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를 없앴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고, 집값·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규제가 아직 넘쳐난다”고 지적한다. 1주택자도 실거주 의무를 강화해 거액의 양도세를 물리고, 보유 자산 규모에 상관없이 다(多)주택자에게 징벌적인 세금을 매긴 탓에 전셋집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고 있다. 작년 임대차법 개정으로 기존 세입자들은 전셋집에 2년간 더 살 수 있게 됐지만,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전셋값이 2배 차이가 나는 ‘이중 가격’ 현상이 보편화했다. 기존 세입자도 ‘2+2년’ 계약이 끝나면 수억원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쫓겨날 판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입주 가능한 새 아파트를 단기간에 대량으로 늘릴 수 없다면 불필요한 규제를 하루빨리 풀어야 전세난을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집값 잡겠다는 규제, 전세 난민만 키워
최근 서울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늘면서 전셋값 안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6월 정부가 섣불리 도입한 ‘조합원 2년 실거주 규제’가 얼마나 전세 시장을 왜곡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6단지’ 전용 58㎡는 3억3000만원 정도이던 전세 호가가 2년 실거주 규제 폐지 후엔 2억8000만원까지 내렸다.
전·월세 시장 왜곡을 부추긴 또 다른 규제로 1주택자의 실거주 의무 강화가 꼽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및 장기보유 특별공제 요건이 ‘2년 보유’에서 ‘2년 거주’로 강화됐다. 2019년 ’12·16 대책'에서는 장기보유 최대 공제율(80%) 요건이 ’10년 보유'에서 ’10년 거주'로 바뀌었다. 불가피한 이유로 본인 소유가 아닌 집에서 전세살이하던 집주인이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 이주하는 바람에 세입자들이 밀려나고, 밀려난 세입자들이 새로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작년 상반기부터 전셋값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여기에 작년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담은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셋값이 무섭게 치솟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0년 6월~2021년 6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17.86%로 이전 3년치 상승분(4.44%)의 4배 수준이다.
◇”1주택자에 대한 규제라도 철폐해야”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 백지화를 계기로 1주택자 실거주 의무나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시장 안정은커녕 실수요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전세난만 가중한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들 정책을 시행하기 전부터 예견됐던 부작용이 곳곳에서 현실로 드러난 만큼 다음 정부로 미루지 말고 이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임대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는 세입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금이라도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며 “적어도 1주택자를 잠재적 투기꾼으로 취급하는 규제 정책은 거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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