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매물 쏟아질 거라더니..집주인들 "안 팔아"
"세금 부담보다 시세차익 더 매력"
서울지역 매물 줄고 호가 올라
“최근에 새로 나온 매물은 없어요. 매수 대기자들만 넘쳐 나는데, 매물이 나올 때 마다 매수자들이 물건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사려고 해요.” (마포 A공인 관계자)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한 여러가지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하고 있지만 집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오는 6월부터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와 보유세 부담이 대폭 강화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다주택자 매물이 많이 출회될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시장에서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양도소득세를 덜 내려면 올해 상반기 매도를 서둘러야 하지만 다주택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 의도와 달리 매물이 귀해지면서 호가는 오히려 오르는 분위기다.
"신규 매물 손에 꼽을 정도”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6월 1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이 10~20%포인트에서 20~30%포인트로 인상된다. 보유 단계에서는 다주택자 종부세율을 0.6~3.2%에서 1.2~6.0%로 높인다. 양도세와 마찬가지로 6월1일 보유분부터 바뀐 세율이 적용된다.
예컨대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시가 25억원짜리 주택을 6월 이후 팔아 차익을 10억원 남기면 양도세 부담이 6월 전에 비해 1억1000만원 늘어난다. 기존에는 세 부담이 5억3100만원이었지만 6월1일부터는 6억4100만원으로 1억1000만원 증가하는 것이다.
정부는 "6월 1일 중과 제도 시행(중과세율 인상)이 다가올수록 다주택자의 매물이 많이 출회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팔기 보단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포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는 “올해 상반기 중 팔면 세 부담이 하반기보단 적다고는 하지만 팔지 않으면 세금 72%를 아끼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다주택자들이 한다”며 “작년에 종부세 등 이미 주택을 소유한 데 따른 세금을 많이 냈는데 또 세금을 많이 내고 팔기 싫다는 심리도 있다”고 전했다.
대치동 Y공인 관계자도 “앞으로 집값이 더 뛴다고 하는데 주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더 낫다는 분위기”라며 “집을 팔게 되면 다시 사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매물을 내놓지 않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오기만 하면 바로 최고가 거래가 이뤄져 매물을 내놨던 집주인들도 매물을 거둬들이고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부동산빅테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3만9118건으로 전달 같은 날의 4만2645건보다 8.27% 줄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해 6월 8만3658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떨어지다가 11월 4만5253건으로 다시 반등하는가 싶더니 12월 4만2921건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 들어 1월 3만건대까지 감소했다.
지난해 12월은 규제지역 추가 지정 이슈로 지방으로 몰렸던 매수세가 서울로 돌아오기 시작한 시기다. 매수세가 서울로 유턴하면서 집값이 오르고 매물은 줄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아파트값 변동률 추이를 보면 서울 매매 변동률은 지난해 9월 0.29%에서 10월 0.11%로 떨어진 뒤 11월 0.12%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듯하다가 12월 0.28%로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더 오를텐데…차라리 증여하자"
차라리 증여를 택하는 다주택자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증여취득세율을 12% 올린 만큼 양도세 중과와 증여 취득세 상향에 따라 증여 부담이 큰 데도 불구하고 매물을 내놓기 보단 "물려주자"는 심리가 강하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거래 현황(신고일자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아파트 증여는 9만1866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가 공개된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지난해 2만3675건으로, 전년(1만2514건) 대비 1.9배로 급증하며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다. 서울에서 25개 구 가운데 아파트 증여가 많은 곳은 송파구(2776건), 강동구(2678건), 강남구(2193건) 등의 순으로 나타나 강남권 4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아파트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매도보다는 가족 간의 증여를 택하게 되는 배경으로 봤다. 또 아파트를 팔 때보다 증여할 때 세금이 더 적은 것도 이유로 꼽았다. 현재 다주택자의 양도세율(16∼65%)보다 증여세율(10∼50%)이 더 낮은 상황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팀장은 "올해 6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전까지 증여가 늘어나는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며 "아파트를 팔 때보다 증여할 경우가 세금이 더 적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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