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 올리는 전셋값 상승 [안명숙의 차이나는 부동산 클래스]
[경향신문]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1월 첫째주(2일 기준) 전국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0.17%로 6월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대전(0.4%), 부산(0.37%), 대구(0.3%) 등 지방광역시의 상승세가 두드러졌고 수도권에서는 서울(0.02%)보다 경기도(0.23%)의 상승폭이 컸다.
때마침 지난주 대구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내놓아도 안 나가던 집이 계약돼 이사하려고 알아보니 미분양도 소진되고, 수성구 등 선호도가 높은 곳은 가격도 크게 오르고 매물도 구하기 어려워서 이사갈 집을 못 구해 다시 계약금 물어주고 눌러앉았다는 푸념이었다. 이미 부산에서는 올 상반기부터 매매, 전세 모두 가격 상승세가 커지고 있다고 들었던 터라 숫자로 확인된 이번주 아파트값 동향 조사 결과가 심상치 않게 여겨진다.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곳에는 김포(0.23%)와 함께 비규제 지역으로 남아 있는 파주시(0.37%)와 고양 덕양구(0.37%), 용인 기흥구(0.28%)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 지역은 거래건수도 부쩍 늘어 부동산정보사이트 아파트실거래가(아실) 자료를 보면, 올 10월까지 거래 신고된 매매건수는 김포가 1만5705건으로 2019년 연간 총 거래건수 7099건보다 121%나 늘었다.
이외에 파주는 7386건으로 82%(2019년 4064건), 고양 덕양은 6657건으로 47%(2019년 4534건), 용인 기흥은 9092건으로 32%(2019년 6890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실 자료를 보면, 이들 지역은 해당 지역 거주자뿐만 아닌 외지인 거래도 늘어 김포는 지난 9월 김포시 매매거래 1729건 가운데 김포시 이외 거주자가 701건으로 40%를 차지했다. 외지인 거래 중 서울 거주자는 468건으로 6월 이후 가장 큰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 김포 아파트 매입에 나서는 서울 거주자들은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고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서울에 인접해 있지만 규제지역에 포함되지 않아 세부담이나 자금 조달이 용이한 김포로 뒤늦게 매수에 올라타는 실수요자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GTX-D노선 등 개발 호재에 따른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김포 지역 내 아파트를 전세를 안고 갭투자하는 수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실에서 분석한 갭투자 증가지역에서 김포가 여전히 상위에 랭크되어 있고 실제 거래된 곳은 양촌, 풍무동, 감정동 등의 매매가 2억~3억원 초반의 아파트를 전세 2억원 내외를 안고 매입하여 실제 3000만원 수준의 자기자금으로 매입하는 빈도가 높았다. 수도권에서 갭투자가 증가한 지역은 규제 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파주시, 김포시, 고양시 덕양구 등에 집중되고 있고 지방은 천안 서북구, 부산 해운대, 창원 성산구 등 지방의 비중도 상당하다.
천안 서북구는 지난 11월2일 기준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값 동향 조사에서 0.54% 상승, 8개도에서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실제 지난 8월과 9월에 거래 신고된 다수의 아파트 중 천안시 두정동에 전용 60㎡ 아파트는 매매가 1억4100만원에 매입, 같은 달에 각각 1억6000만원과 1억5500만원에 전세를 놓아 오히려 1900만원과 1400만원의 임차 수입이 발생했다. 전셋값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발생하는 기현상이다.
대체로 전셋값 상승은 매매가에도 영향을 주고, 반대로 매매가가 오르면 전세가도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최근 전세가 상승의 원인이 공급 부족이든 새로운 임대차법 개정에 따른 매물 부족에서 온 일시적 현상이든,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것은 또다시 매매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뜻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는 조만간 발표될 전세대책이 단순히 전세가격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효과를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또다시 정부 대책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안명숙 |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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