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시행 첫날, 강남 초고가 아파트에서 벌어진 '분쟁'

권화순 기자 2020. 9. 2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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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임대차법 시행과 재건축 실거주 요건 강화로 전세 물량이 씨가 마르고 있다. 가을 이사철 등 계절적 요인 등이 맞물려 전세수급난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되며 이는 전셋값 상승 뿐만 아니라 오피스텔 시장에까지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사진은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에 위치한 부동산. 2020.9.22/뉴스1
지난 7월 31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통해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조정된 첫 사례가 나왔다. 조정사례를 보면 전형적인 '나쁜 집주인'과 '착한 세입자' 구도는 아니었다.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의 고액 전세를 둘러싸고 벌어진 다툼이었다.
아리팍 12억 전세 두고 벌어진 분쟁조정.. 세입자 손 들어줬다
22일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 7월31일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된 이후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인해 집주인과 세입자간 분쟁이 벌어져 조정이 된 사례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분쟁조정 첫 사례는 공교롭게도 '평당 1억'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초고가 아파트로 통하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에서 나왔다. 이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은 30억원에 육박한 만큼 전세보증금도 12억원이 넘는다.

전세계약은 지난 2018년 12월 체결돼 당초 7월 20일 끝날 예정이었는데 집주인과 세입자 합의에 따라 8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그러면서 9월부터 10월까지는 보증금 1억원·월세 400만원으로 전환하고, 11월부터는 월세를 500만원으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임대차법'이라는 중요 변수가 생겼다. 7월 31일 임대차2법이 시행되자 세입자는 이날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월세로 전환하지 않고 전세로 2년간 더 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7월 20일 전세계약이 끝날 예정이었다가 8월 말로 연장됐기 때문에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판단에서다.

세입자가 갱신권을 행사한 날은 공교롭게도 임대차2법이 시행된 첫날이자, 세입자가 갱신권을 요구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전세계약 만료 1개월 전까지 행사할 수 있는데 그 날이 바로 7월 31일이었던 것이다. 세입자가 하루라도 늦었다면 갱신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셈이다.

집주인의 생각은 달랐다. 원래 전세기간은 7월 20일 끝났다는 주장이다. 10월까지 약속대로 월세 400만원을 내야하며 그 이후엔 월세 500만원을 내든지 아니면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분조위는 세입자 손을 들어줬다. 연장된 계약에 따라 전세만료 기간을 8월 말로 봐야 하며, 7월 31일 갱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세입자는 2022년 8월 말까지 2년간 더 살 수 있게 된 것. 다만 세입자와 집주인의 합의에 따라 전세는 월세로 전환키로 했다. 8월부터 보증금 7억5000만원에 월세 180만원을 내기로 했다. 월세 수준은 임대차법상 전월세전환율 상한선(4%)을 적용해 정해졌는데 당초 400만원 혹은 500만원을 부담해야 했던 세입자는 다달이 250만원 이상 절약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본인이 원하면 임대차 기간 2년을 다 채우지 않아도 된다.

은마 5억짜리 전세계약..전세 6개월 연장해 놓고 집주인도 세입자도 불안했다
두 번째 사례도 강남 아파트였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5억4000만원짜리 전세 계약으로 조정 신청이 들어왔다. 전세기간은 당초 2016년 11월부터 2018년 11월까지였다가 재계약을 하면서 2020년 11월로 연장했다. 세입자가 퇴거하면 집주인이 실거주 할 계획이었는데 세입자가 "이사갈 집을 구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2021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합의를 했다.

이런 가운데 7월 31일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혼란이 생겼다. 6개월 연장을 계약갱신청구권으로 볼 수 있는지부터 불분명하다. 행사한 것이 아니라면 세입자가 '변심'해 내년에 "2년 더 살겠다"고 할 수 있다. 집주인은 "내가 실거주 하겠다"며 거부할 수는 있지만 본인 이사 준비 기간 등에서 불확실성이 생긴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11월 이후 집주인이 "내가 살테니 나가달라"고 할까봐 불안했다.

분조위는 6개월 연장은 계약갱신권 행사로 보지는 않았지만 집주인과 세입자간 합의에 따라 6개월 후에는 세입자는 퇴거하고 집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주도록 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임대차법 26조4항에 따라 '강제집행'을 하기로 조정했다. 새 법 시행에 따라 각자의 지위가 불안정하다고 판단돼 확실한 조치를 한 셈이다.

임대차 민원 건수 1.3만건으로 폭증..사례·판례 없어 '깜깜이'
한편 새 임대차법 시행일인 7월 31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분조위 신청 건수는 207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5건 대비로는 신청 건수는 줄었다. 다만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제기된 민원 건수는 이 기간 1만350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770건 대비 2배 가까이 폭증했다. 민원을 제기한 후 분쟁조정을 접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민원을 통해 궁금증이 해결되면 분조위로 가진 않는다.

분조위 접수건을 유형별로 보면 법 개정 이후 임대차 기간과 관련한 다툼이 지난해 한건도 없다가 올해 4건 늘었다. 계약갱신·종료는 3건으로 18건으로 늘었고 차임·보증금 증감은 5건 신규 접수됐다. 지난해엔 한건도 없었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 된 지 두 달이 되지 않은 만큼 향후 분쟁조정 건수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차보호법은 큰 틀의 원칙만 법에 명시하고 있어 분조위 조정 사례나 재판을 통한 판례가 중요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는 1년 혹은 2년 주기로 조정 사례를 책자로 내는데 그치고 있어 분쟁조정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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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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