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임대차법 통과'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하루만에 제도 개선
-유예기간 없는 강력 규제에 임대차 시장 불안 더해
-임대인은 가입 안하면 전과자, 임차인은 처벌 규정 없어 형평성 논란도
-보험료 월세에 더해지는 전세→월세 전환 앞당길 수 있어
[헤럴드경제=성연진·양영경 기자] “일부 제도 개선을 고려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이번 주 말께나 세칙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주택도시보증공사 HUG)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시행 첫 날인 18일부터 삐그덕대는 모습이 연출됐다. 종전 법인형 임대사업자에게 의무화되던 보증보험 가입이 개인 임대사업자까지 확대된 이 날, 국토부를 비롯해 가입기관인 HUG나 SGI서울보증도 “가입은 되지만, 특별법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긴 아직 어렵다”고 말하는 등 좀 더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임차인의 주거권 강화를 위해 무더기로 통과시킨 임대차 관련 법안들이, 속도는 냈지만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임대보증 보험은 가입하지 않으면 집주인이 감옥에 갈 수도 있는 강력한 규제안인데, 이번에도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시행됐다. 7·10 대책 후속조치로, 시행까지 한달여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부작용은 시작부터 예고됐다.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은 HUG와 SGI서울보증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아파트 기준으로 HUG는 전·월세 보증금의 0.099~0.438%로 보험료를 책정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인 5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2년간 총 보험료는 99만~438만원인데, 집주인이 75%를 내야 한다. 임대사업자의 신용에 따라 보험료가 올라가고, 단독주택은 아파트의 1.3배까지 보험료가 올라간다.
▶임대사업자, 보험료도 내고 감정평가비용도 늘어나=집주인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2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세입자는 처벌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남의 권리’를 위해 비용이 늘어난 임대인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출범 당시 주택 임대 사업 등록을 장려해와놓고, 이제 와 규제를 가하는 데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3월 말 기준 전국 주택 임대 사업자는 51만1000명으로, 등록 임대주택은 157만 호 가까이 된다.
본래 100호 이상 운영하는 법인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의무화했던 규정이 개인 임대사업자로까지 확대되면서, 당장 보험료 뿐 아니라 감정평가 비용을 걱정하는 개인 임대 사업자도 많다. 단독주택 등 아파트가 아닌 주택은 보험료도 더 비싼데다가 감정평가 비용도 추가로 든다.
국토부도 이에 대해 연말까지 시행령 개선에 나서, 공시가격이나 기준시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여전히 갑작스런 제도 변경에 따른 개인의 비용 증가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 전문위원은 “전국 주택이 2000만호 수준인데 157만호면 적은 비율이 아니다”면서 “세부안을 빨리 마련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싸서 90%는 안들던 상품, 세입자 “못내겠다” 버티면 어떻게 하나=보험료 부담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에는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려면 자율적으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면 됐다. 세입자가 전액 부담하는 구조로, 연 0.128%의 보증료율이 책정됐다. 보증금 1억원 당 연 12만8000원의 보험료 때문에 값이 비싸다며 가입하지 않는 이가 많았다.
새 제도는 집주인이 75% 세입자가 25%를 내기 때문에, 세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준다. 그러나 종전 상품 가입자가 전체 세입자 10%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세입자도 안나가던 돈이 나가는 셈이다. 때문에 임차인을 위한 규정에 임대인만 가입 의무를 두고 형사처벌에 나서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세입자가 버티면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HUG 관계자도 “종전엔 대규모 법인 임대사업자만 가입 의무 대상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보증금에 관련 보험료가 포함돼 세입자에게 의무화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가입 대상자가 확대되면서 세칙을 정비해야 함을 인정한 셈이다.
전문가들도 이를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차인 보호 명목 아래, 임차인도 임대인도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임대인은 계약 전 보험 가입 의무 사항을 적시하고 까탈스럽게 나설 것이고, 세입자로서도 안나가던 돈이 나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만약에 임대-임차인 간 분쟁이 있다면 민사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건 임차인이 혜택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조화롭게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임대차2법 시행으로, 전세의 월세전환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권 교수는 “신규 계약 시, 세입자와 보험료 납부 관련 갈등을 줄이고자 보험료를 월세에 포함하는 형태로 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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