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골프장 개발땐 '1만채 규모 미니신도시' 임기내 추진 가능

이새샘 기자 2020. 7.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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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대책 이후]文대통령 "태릉골프장 활용 논의"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골프장 전경.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태릉골프장을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언급하면서 구체적인 활용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계속 보전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린벨트 해제로 일부 지역에서 투기 조짐이 나타나고 환경을 중시하는 현 정부 철학과도 반하는 등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 태릉골프장 부지 등 국공립 시설 부지를 발굴하기로 했지만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나 도심 고밀 개발 등 서울 지역 주택 공급을 대량으로 늘릴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은 이날 언급되지 않아 공급대책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우왕좌왕 그린벨트 논란, 결국 대통령이 진화

문 대통령이 직접 그린벨트 해제를 공급대책에서 배제하기 전부터 여당 일각에서도 그린벨트 해제 신중론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7·10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그린벨트 논란으로 우왕좌왕하면서 시장 혼란이 더 커졌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각 부처와 여당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해 정책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을 두고 당정청이 토론하는 것은 좋지만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양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문 대통령이 이를 정리하기 위한 결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달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긴급 보고를 받은 뒤 주택 공급 확대를 지시했는데도 집값 불안에 대한 부동산 민심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 임기 내 가시화 가능한 태릉골프장 주택 공급

태릉골프장을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은 최근 집값 불안에 따른 부동산 민심을 잠재우고 문 대통령 임기 내에 빨리 추진할 수 있는 카드로 보인다. 태릉골프장 등 군 소유의 골프장 부지를 개발하는 방안은 2018년 수도권 공급대책 때도 검토됐지만 당시 군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태릉골프장은 1966년 육군사관학교 생도의 훈련용 부지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966년 육사 전용 골프장으로 바꾸며 생겼다.

태릉골프장은 인근에 서울 지하철 6호선 등 교통망이 구축돼 있고 GTX-B노선 별내역 개통도 예정돼 있다. 경기 갈매지구와 별내신도시 인프라도 공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소유 부지라 개발 기간도 비교적 짧아진다. 2024, 2025년은 돼야 입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3기 신도시보다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

태릉골프장에 주택을 공급하면 미니신도시급 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담벼락 하나만 사이에 두고 있는 육군사관학교 부지, 인근 태릉선수촌까지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처럼 확장된 부지의 최대 면적은 250만 m²로 주택 2만 채 이상을 공급할 수 있다. 태릉골프장만 단독 개발하면 총 82만 m²(약 25만 평)에 8000∼1만 채 규모를 공급할 수 있다. 이 경우 서울 대단지로 꼽히는 송파구 헬리오시티(40만 m²·9510채)나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예정 단지(62만 m²·1만2032채)와 규모가 비슷해진다.

다만 태릉골프장 일대도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어 서울시와의 추가 협의를 거쳐야 한다.

국방부는 “공공주택 공급물량 확대 필요성, 시급성과 군인 복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 등과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재건축 규제 완화는 언급 없어

이날 문 대통령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나 용적률 완화, 층수 제한 완화 등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규모 공급이 가능한 다른 방안에 대한 언급은 없는 상태로 서울 시내에서 대량 공급이 가능한 택지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정비사업을 촉진한다고 하면 역세권 재개발 등을 중심으로 임대주택을 늘려 공공성을 강화하는 조건을 달고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사업 속도가 빨라질 수 있지만 사업성이 높지 않아 민간 조합이 얼마나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집값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는 서울 도심에 이미 수요가 입증된 지역에서 진행되는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해결될 수 있다”며 “정부가 길을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박효목·신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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