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일해 한 채 가진 내가 투기꾼이냐" 세금폭탄에 등 돌린 민심
"집가진 사람 무조건 죄인 취급"
징벌적 과세에 분노 점점 번져
온라인카페 촛불집회 움직임도
"시집가기 전부터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이 홀로 식당을 운영해 나이 70살이 넘어 지금 이 아파트 하나를 가지고 있는 내가 투기꾼인가."
20일 한 식당에서 만난 서울 반포동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는 김 모(71)씨는 이 같이 한탄했다.
정부의 공시지가 인상에 '세금 폭탄' 고지서를 받아든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다주택자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생계형 1주택자 또는 잠깐 동안 2주택자일 수 밖에 없는 시민들에 대한 중과세는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온라인 까페에서는 '조세폭탄'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올 만큼 시민들의 분노는 크다.
앞서 말한 김 모씨 역시 이에 해당한다. 수도권에서 가든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한때 아파트를 3채까지 보유했었지만, 몇 년 전부터 식당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아파트를 팔아가면서까지 식당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1년 만에 재산세가 30% 가량 올랐다면서, 직원 월급도 못 주고 내보내는 상황에서 앞이 깜깜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직원들도 거의 다 내보냈다"며 "재산세를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한번에 올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한숨을 쉬었다.
다른 사람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특히 60대 이상 인생 2모작을 설계하고 있는 소위 '은퇴세대'에서 가장 불만이 높았다.
잠실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인 황모(68)씨는 "이번달 아파트로 납부해야 하는 재산세만 250만원에 육박한다"며 "작년과 비교해 1년 만에 30%가 늘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어떻게 마련한 내 집인데 20년 동안 살았던 보금자리에서 내보내려는 것이냐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서울로 상경해 청계천에 박스를 깔고 자면서 몇십년을 일해 얻은 아파트"라며 "코로나19로 공장 경영난도 더하는데 사정이 더 빠듯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부에서는 그냥 집 있는 사람이 무조건 죄인이라는 생각 뿐"이라며 "20년 넘게 보유하고 있던 집 한채마저 팔도록 하는 정책이 과연 국민을 위한 정책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후대책으로 아파트를 또 하나 장만해 임대를 줬던 한 70대 노부부 역시 정부의 세금 폭탄으로 계획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현 부동산 정책은 노인 복지 차원에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남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과 30~40대 집 소유주의 경우 재산세 인상의 불가피성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고가 1주택자에 대해서도 중과세를 부과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단독주택을 매입해 거주하고 있는 이모(44) 씨는 공시지가 상승의 영향으로 2017년과 비교해 올해 재산세가 14% 가량 올랐다며, 다만 집값 상승 등을 고려하면 이는 수용할 만 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씨는 "1주택자까지 조이는 것은 너무 심하다"며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세금 과세는 이사를 가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7.10 대책에 따르면 1주택자가 4억 짜리 아파트 분양권을 추가로 보유할 경우 세금이 기존 400만원에서 3200만원으로 급증한다.
동대문구에서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오 모(36)씨의 경우 체감되는 재산세 인상 폭이 단 몇십만원에 불과해 감당할 만 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들의 경우 예상보다 상승폭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그에 따른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마포구에서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강 모(33)씨는 "연간 100만원씩 세금을 내는데, 물가 상승률과 서울시내 아파트 가격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투기가 아니라 거주가 목적인 1주택자들에게는 정부가 징벌적인 정책 또는 과세를 완화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정일·박상길·김민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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