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물 건너간 강남 그린벨트 해제..정부 플랜B는 있을까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염두에 뒀던 그린벨트 해제안이 결국 물건너갔다. 여권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반대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벨트를 보호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정부가 어떤 공급 확대안을 대신 내세울지 주목하고 있다. 일부 공기업 등이 보유한 부지를 공공택지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이 거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주택공급 물량 확대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서 그린벨트를 보호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주택 용지로 국공립 시설을 최대한 발굴하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일주일도 안돼 이 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은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서다. 정부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등 강남권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여당은 물론 같은 행정부 내에서도 신중론이 나왔다. 특히 정세균 국무총리가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서울시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린벨트를 정부가 직권 해제할 수는 없다고 밝힌 것이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차기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까지 그린벨트 해제 신중론을 펼치면서 그린벨트 해제는 사실상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낙연 의원은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아 8월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로 등록한 자리에서 "수요가 많이 몰리는 바로 그곳에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며 "예를 들어 공실 활용, 도심 용적률 완화를 포함한 고밀도개발, 근린생활지역이나 준주거지역 활용을 검토하거나 상업지구에서 주거용 건물 건축을 좀 더 유연하게 허용하는 방안이 있는가를 먼저 살피는 것이 도리"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국민 10명 중 6명은 불필요하다고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리얼미터가 지난 17일 실시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0.4%가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녹지 축소와 투기 조장의 위험이 커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주택 공급을 위해 필요하다'는 응답은 26.5%였고 13.1%는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
권역별로 경기·인천(62.6%), 서울(61.8%) 등 수도권에서도 그린벨트 해제가 불필요하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어섰다. 모든 연령대에서도 '불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더 높았지만 40대(72.9%)와 30대(69.7%)에서 유독 높았다. 이념성향과 정당별로도 큰 차이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미래통합당 지지층은 '불필요하다' 응답이 64.1%로 동일했다. 이번 조사는 한 방송사의 의뢰로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이르면 다음주께 공급 대책을 발표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현재 서울 내 공기업 등 공공기관과 군 소유 부지 중 공공택지로 전환 가능하거나 소규모라도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을 긁어모으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는 5·6 대책 때 발표된 8000가구 규모의 용산 정비창 개발 밀도를 대폭 늘려 2만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부지 밀도를 늘리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며 서울 한복판인 용산에 아파트촌을 만든다는 것 자체에 대한 반발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 대책과 세제 완화 등 투트랙 전략을 펼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가용토지를 최대한 확보해서 공급을 조기 가시화해 무주택자의 공급 불안 심리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현재의 집값 불안은 다주택자와 단기 투자자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시장에서 대출 규제 완화 요구도 큰 만큼, 무주택자나 일부 갈아타기 수요 등에 한정해서 대출 규제 풀어주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58만 가구 재산세 30% 폭탄..문정부 3년새 벌어진 일
- "문재인 내려와라"..목소리 높이는 부동산 정책 피해자들
- 추미애, 연일 부동산 강경 발언.."집값 못 잡은 건 막대한 불로소득 간과한 탓"
- 집값 안 잡히자..박원순이 지켰던 '그린벨트' 건드리는 정부
- 뛰는 정부에 나는 갭투자자..지방 아파트 쇼핑, 문정부 들어 최다
- 정권교체로 여야 바뀌고 퇴장하는 원내 수장들… 박찬대 "영광의 대장정" 권성동 "독이 든 성배"
- 미국 관세수입 급증 5월 230억달러...재정적자도 감소
- 한미 관세 협상 2라운드 돌입…여한구 본부장 선봉, 대미 TF 전면 개편
- “화상 회의에 생성형 AI 도입”…삼성전자-MS 협업 모델 美서 첫 공개
- 韓, 슈퍼컴 보유 7위·성능 9위… 삼성전자, 신규 진입과 동시에 18위 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