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 집 내놔도 안팔리는데.. 취득세 8% 일괄적용은 역차별"
"집 안팔려 세주고 이사갔는데.. 서울과 같은 다주택자 취급 부당"
서울 집값 26% 뛸때 지방은 ―7%.. '똘똘한 한채' 남기려는 다주택자들
지방 집 매물 쏟아내 더 하락 우려.. "부동산대책 지역별 구분해 적용을"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부동산대책을 지역별로 구분해 적용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목포, 군산, 광양, 전주, 포항, 구미 이런 지역들은 오랜 침체로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주택가격이 수년간 하락했다”며 “지방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7·10부동산대책에서 내놓은 고강도 세제 강화안 대부분을 전국적으로 일괄 적용하면서 지방 주택시장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주택자나 법인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지방 주택 처분에 나서는 데다 지방 중소도시들은 경기 침체로 집을 내놔도 팔리지 않는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 “집값 안 올랐는데 규제는 똑같이”
14일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지방의 다주택자를 수도권과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이 억울하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울산에 산다는 한 누리꾼은 “지방의 외곽 지역이나 오래된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신축 주택으로 이사하고 싶어도 기존 집이 잘 안 팔린다. 1, 2년이 지나도 안 팔리는 주택이 천지”라고 했다. 가격을 지나치게 낮출 수도 없어 결국 기존 주택을 전세 주고 새 집을 사는 지방 수요자가 많은데 이들에게도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적용하는 ‘취득세 8%’를 똑같이 내라고 하는 건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누리꾼도 “조금 더 버티면 집값이 회복할까 해서 전세로 내놓고 이사 가려고 하는데 취득세 8%면 3억 원대 집이라도 2000만 원대 중반을 내라는 것 아니냐”며 “이럴 거면 안 팔리는 지방 주택을 정부가 사줘야 한다”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외지 투자자들이 집을 많이 샀던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매물을 내놓겠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경남 창원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소장은 “지방은 거래 자체가 줄어든 지 오래인데 그나마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 투자자가 와서 거래가 몇 건 성사되면 실수요자들이 따라 사는 일이 많았다”며 “이번 대책이 나오고 사흘밖에 안 지났는데 인근 부동산마다 집을 내놓겠다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3억4000만 원에 거래됐던 교원동 무학자이(전용면적 85m²)가 최근 2억7000만 원 정도로 하락했는데 앞으로 더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강원 지역 중개업자 A 씨도 “지방이 수도권 집값을 못 따라가니까 서울의 똘똘한 한 채만 갖고 여기 집은 팔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 지방 침체 가속화 우려
2017년 5월 현 정부가 출범한 지 약 3년 만인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 값(KB주택가격동향)이 25.6% 뛰는 동안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아파트 가격은 7.2% 곤두박질쳤다. 지난 38개월간 지방 아파트 값이 오른 달은 올해 1∼3월과 6월 네 차례에 불과하다. 올해 5월 말 기준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3만878채로 서울 포함 수도권(3016채)의 10배에 가깝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수도권은 2473채인 반면 지방은 1만3315채였다.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를 우려한 정부는 2017년 8·2대책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대해 수도권 이외 지역의 3억 원 이하 집은 주택 수 산정에서 빼줬다. 하지만 다주택자에게 적용하는 종부세율이나 취득세에 대해서는 아직 이 같은 예외를 두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의 ‘지방 탈출’이 가속화하면 가뜩이나 침체된 지방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하더라도 지역별 상황을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데 이번 대책은 지방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일부 낙후된 지역만이라도 규제에서 제외하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남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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