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투기 잡겠다더니.. "이번 생은 망했어" 전국민을 잡았다

정순우 기자 2020. 7. 7.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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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의 실패] [3] 전국민이 주거 불안감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강남 집값 잡기'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후 3년이 지난 지금, 강남에 살지 않는 서민 상당수가 고통받고 있다. 20~30대 무주택자는 집값이 너무 올라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있고 집값 따라 오르는 전셋값을 감당하느라 빚을 내야 할 판이다. 직장 근처나 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 가려던 40대도 대출 규제 때문에 주거 이동 사다리가 끊겼다. 은퇴 세대는 집 한 채 가졌다는 이유로 부동산 보유세가 배(倍) 넘게 늘었다.

강남 때린다며 全국민 때린 부동산 정책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강남 11개 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7억3347만원에서 지난달 11억1273만원으로 51.7% 올랐다.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의 규제를 쏟아냈지만 별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강북 14개 구 아파트값도 55.2% 급등했다. 전셋값 역시 강남·강북 모두 올랐다.

/조선일보

서울에 규제가 집중되자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시중 유동자금이 경기도 및 지방 대도시로 빠져나가며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작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6.18% 올랐지만 경기 수원 12.1%, 부천 8.6%, 광명 8.6%, 성남 7.3%씩 올랐다. 대전도 11.8% 올랐다.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집값 상승 영향으로 전국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달 3.06%를 기록하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의 '특단 조치' 지시 후 정부와 여당이 '6·17 대책'의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론은 벌써부터 싸늘하다.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대책 대부분이 증세 등 규제 위주의 방안인 데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와 신규 택지 확보 등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대책 역시 수혜 대상이 제한적이거나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이번에도 세금만 왕창 올라갈 뿐 서민이 집을 살 수 있게 돕는 방안은 없다"며 "아직 집을 못 산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는 다음 생애에나 집을 마련하란 얘기냐"는 푸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책 실패와 그로 인한 집값 상승의 악순환이 반복되며 국민의 주거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하는 전국 '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지난달 118.0을 기록했다. 100이 기준점이고, 숫자가 클수록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2017년 5월에는 99.6으로 100을 밑돌았다. 지난달 전국 전세가격 전망지수도 119.3에 달했다.

1주택자 보유세 倍로 늘어

집을 가진 사람들도 속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자산 가치가 높아졌지만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 것은 아닌데, 정부가 공시가격을 가파르게 올리고 종합부동산세를 올리면서 보유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본지가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사에게 의뢰해 서울 주요 아파트의 보유세를 모의 계산한 결과, 강남·북 관계없이 주요 아파트의 보유세가 최근 3년 사이 크게 늘었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텐즈힐 전용면적84㎡의 보유세는 2017년 138만원에서 올해 255만원으로 84.8% 늘었고 서초구 반포자이는 145.9%, 송파구 잠실엘스는 150.9% 늘었다.

재산이라곤 집 한 채뿐인 1주택자, 특히 별다른 소득도 없는 은퇴 세대에겐 연간 수백만원에 달하는 보유세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15 총선 과정에서 종부세 완화 등을 거론했지만 선거가 끝나자 종부세를 강화하겠다며 입장을 뒤집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보유세 과속 인상이 실수요자에겐 경제적 부담이 되고, 다주택자는 임대료를 올리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전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도 늘릴 것으로 전망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키려면 다주택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 수 있도록 출구 전략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한시적으로라도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등을 부여해 집을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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