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계약으로 해줄게..일단 수표 뽑고 대기해라"

박윤예 2020. 6. 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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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규제시행 회피 곳곳 편법
정부,공동명의·오피스텔도
거래허가 대상으로 포함해
지난 22일 직장인 A씨는 막바지 전세 낀 물건을 잡기 위해 서울 잠실동 중개업소로 달려갔다. 지금 놓치면 23일부터는 이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전세 낀 물건은 아예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건 계약이 완료돼 호가는 껑충 오른 상태였다. A씨가 끙끙 앓자 중개업소에서는 우선 계약금 2억원을 수표로 먼저 인출할 것을 권했다. 그러면 며칠 뒤 계약하더라도 23일 이전에 계약한 것으로 '꼼수'를 쓸 수 있다는 것.

정부가 23일부터 서울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시장 왜곡·꼼수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이에 정부가 보완책을 덧대 땜질하고 있다. 6·17 부동산 대책 발표 후 6일 만에 2년 실거주 목적으로만 주택을 살 수 있게 하며 시한에 쫓기는 '데드라인' 함정에 빠진 셈이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4곳에서 지난 6일간 22건 손바뀜이 일어났다. 부동산 실거래 신고기간이 한 달이라 아직 신고되지 않은 거래까지 포함하면 실제 거래는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간 '막차'로 갭투자 물건을 잡으려는 매수자들이 몰리며 거래량과 집값이 일시적으로 치솟았다. 지난 20일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전용면적 121㎡는 직전 최고가보다 2억5000만원 오른 35억원에 거래됐다.

이 일대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자 국토부는 23일 '강남·송파구 일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관련 질의응답'이라는 참고자료를 발표했다. 시장 혼란에 대응해 제도를 보완한 셈이다.

국토부는 여러 예외 상황을 인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4개 동 주택에 기존 세입자가 있어도 등기 전에 나가면 예외적으로 허가받을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잔금 납부일이 통상적인 계약 관행인 2~3개월 안에 있고 이날까지 해당 임대차계약이 만료된다는 걸 소명하는 경우에만 허가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상가나 다가구·다세대주택을 구입해도 일부 임대할 수 있다. 꼬마빌딩을 샀다고 건물주가 직접 상업용으로 쓰게끔 하는 것은 상식에 반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허가구역 내 분양 아파트는 2년간 실거주할 의무가 없다고 적시했다. 따라서 7월에 분양할 강남구 대치동 '대치푸르지오써밋'과 이르면 12월 분양하는 청담동 '청담삼익롯데캐슬'은 규제를 피하게 됐다.

반면 서울이나 서울과 연접한 시군 지역의 유주택자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 아파트를 사면 기존 주택 처분계획서를 내야 한다. 또 부부·가족 등이 지분으로 부동산을 사고팔 경우도 합산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오피스텔도 대지면적이 허가면적(상업지역 20㎡ 등)을 초과하면 허가받아야 한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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