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잠실주공 4억원 하락.. 코로나가 집값 잡네
서울 강남 재건축 4개월 만에 급락
은마 23억5000만→19억5000만원, 잠실주공 24억원→20억5000만원
연말까지는 반등 기대 어려울 듯
대한민국 주택 시장의 '풍향계'로 통하는 서울 강남 대표 재건축 아파트들이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경기 침체 앞에서 휘청이고 있다. 직전 최고가(最高價)보다 3억~4억원씩 호가가 떨어진 급매물이 나와도 팔리지 않고 있으며, 각종 집값 통계에서도 서울 평균보다 훨씬 가파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반(反)시장적 규제 때문에 급등하던 집값이 금융 위기라는 외부 충격을 만나 급락했던 10여 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남 재건축 3억~4억씩 급락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공인중개업소에는 이달 들어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가 20억원 아래로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10일에는 19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떨어졌다. 서울 집값이 급등하던 지난 연말의 최고 거래 가격(23억5000만원)보다 4억원 낮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 82㎡의 매도 호가도 20억5000만원으로 지난 연말 최고가(24억원)보다 3억5000만원 떨어졌다.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는 입지가 좋고 대단지여서 재건축이 끝나면 시세가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매매가격은 비싸지만 지은 지 오래돼 전셋값은 싸다. 이 때문에 실거주보다는 투자 목적으로 사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투자 상품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만큼, 재건축 아파트는 시장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10일 기준, 직전 1주일간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는 0.31%, 송파구는 0.45%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0.04% 떨어지는 데 그쳤다.
한국감정원 시세 기준으로도 재건축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값은 지난 2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고, 하락 폭도 서울 평균보다 5~6배가량 크다.
◇코로나가 집값 잡나
지난해 상반기에도 강남 3구를 비롯한 서울 집값은 하락했지만 당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2018년 9·13 대책)로 인한 일시적 조정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반면, 최근 집값 하락은 코로나발(發) 실물 경기 침체의 영향이 있어 작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가 19번의 대책으로도 못 잡은 집값을 코로나가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동산114는 강남 3구와 강동·양천 등지 집값이 하락한 통계를 제시하며 "올 1분기 서울 집값 추이가 금융 위기 직전이던 2008년 상반기와 닮았다"고 분석했다. 은마아파트의 최근 4개월 하락률은 17%로 2008년 4월부터 연말까지 8개월간 하락률(31.2%)의 절반을 넘어섰다. 계산 기간의 차이를 감안해 단순 비교하면 금융 위기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진 셈이다. 당시(2008년 6월)도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역효과를 내며 3년 반 만에 서울 아파트값이 56% 급등한 상태였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최근 서울 집값이 워낙 많이 올라 사람들이 느끼는 피로감이 큰 데다 코로나로 인한 실물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 생계를 위해 집을 파는 사람이 늘 수 있다"며 "최소한 올 연말까지는 집값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고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돈을 시중에 풀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일부 다주택자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급매물을 내놓을 수 있지만, 금리가 낮고 전셋값도 오르는 추세여서 대부분 버틸 여력이 된다"며 "과거 경기 부양을 위해 풀렸던 돈이 결국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봐 온 학습 효과가 있어 서울 집값 조정은 예상보다 금방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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