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당장은 몰라도 '충격' 불가피
[경향신문] ㆍ코로나19 팬데믹에 불확실성 증가…매매 없이 약간 오름세
“시중에 돈 넘치고 제로금리 예상돼 안전자산으로 더 몰릴 것”
“장기화 땐 소득·고용·소비 위축, 결국 실물경제 침체” 반론도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은 매매거래 위축 정도로 이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할 경우 금융시장에 이어 자산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만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집값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와 과거보다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으로 엇갈리고 있다.
12일 부동산 시장에서 코로나발 타격은 아직 크지 않은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9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2% 올라 지난주(0.01%)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울의 집값 오름폭이 커진 것은 지난해 12·16대책 발표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노원·도봉·강북구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은평·서대문·마포구의 오름폭도 확대됐다. 서초·강남구의 하락폭도 소폭 줄었다.
경기에서는 오산시(1.95%)와 구리시(1.30%), 광명시(0.67%) 등의 집값이 올라 지난주 0.39%에서 이번주 0.41%로 상승폭이 커졌다. 인천(0.42%→0.38%)의 오름폭이 다소 줄었지만 수도권 집값은 지난주 0.27%에서 이번주 0.28%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거래가 거의 없긴 하지만 코로나19로 집값이 떨어질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사실상 다음달 제로금리로 갈 것이 예상돼 이자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지 않고 계속 버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부동산으로 유동성이 더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집값이 6개월가량 하락하다가 반등했다”며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크다 보니 돈이 갈 곳이 부동산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물경제가 흔들리면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이 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가계소득이나 고용여건이 악화되면 주택 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있는 능력 자체가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코로나19 충격은 사스나 메르스와 달리 치사율이 낮은 대신 전파율이 강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워 금융시장 붕괴 이후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도 침체될 것”이라며 “현재의 소득 수준보다 높은 집값은 저금리에 기댄 투자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경기가 침체된다면 거품이 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팬데믹이 경기쇼크를 준다면 금리를 아무리 떨어뜨려도 집값 하방압력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도 “2008년 금융위기 때는 한은이 금리를 통해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컸지만 지금은 금리 인하 여지가 크지 않다”며 “코로나19가 4월 이내에 진정되지 않는다면 금융시장 충격이 부동산 시장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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