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우회로 찾는 재건축단지.. 정부와 수싸움

허경주 2019. 10. 25.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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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서울 서초구 신반포 3차 및 경남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모습. 홍인기 기자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사정권에 든 재건축 단지들이 돌파구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일부 단지는 정부의 반대 방침에도 불구하고 일반분양분을 임대기업에 ‘통매각’하는 강수를 추진하며 갈등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분양가상한제 우회로 찾기 골몰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달 초로 예상되는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발표를 앞두고 재건축 조합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한 우회로를 찾고 있다. 주요 추진 방안은 △선분양 △리모델링 △후분양 등이다.

선분양은 상한제로 분양가가 대폭 낮아지느니 종전처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는 편이 그나마 낫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상아2차 재건축(래미안 라클래시) 등이 선분양으로 전환한 대표적 단지다.

리모델링은 용적률이 높아 수익성은 낮지만 인허가 기준이 덜 까다롭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지 않는 장점이 있어 송파구 문정시영, 용산구 이촌현대 등이 검토 중이다. 다만 최근 국토부가 리모델링이더라도 30가구 이상을 일반분양하면 상한제 적용 대상이라는 방침을 밝힌 터라 해당 조합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사업장은 일반분양 물량을 줄일 수 있지만 규모가 큰 단지는 리모델링을 해도 상한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한제를 적용 받더라도 향후 공시지가 상승을 염두에 두고 후분양을 유지하겠다는 단지(신반포 15차 등)도 있다. 분양가 상한선은 택지비, 건축비, 적정이윤 등을 따져 정해지는데 공시지가는 택지비에 반영된다. 다만 이런 방법은 ‘최선’이라기보단 ‘차악’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반분양 통매각을 둘러싼 입장 차이. 그래픽=박구원기자

◇일반분양 통매각 성사 가능성은

일반분양분을 기업형 임대사업자에 통매각하는 카드를 꺼낸 곳도 있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ㆍ경남아파트(일반분양 346가구)와 송파구 진주(564가구) 재건축 조합이 이에 해당한다.

통매각은 일반분양 예정 아파트를 임대사업자에게 전량 매각하는 방식이다. 신반포3차ㆍ경남아파트의 경우 상한제 적용시 일반분양가가 3.3㎡당 3,000만원대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통매각이 성사된다면 이보다 2배 높은 6,000만원 수준에 팔 수 있다. 매입자는 의무 임대 기간 8년 동안 임대수익을 올린 뒤 더 높은 가격에 일반분양을 할 수 있다. 재건축ㆍ재개발조합 연합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 관계자는 “임대사업자가 일반분양 가구를 일괄 매입하면 정부는 임대주택 물량을 대량 확보할 수 있고, 수분양자가 개발 이익을 독점하는 ‘로또분양’ 문제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불가 방침을 명확히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 조례에 일반분양은 일반 청약자를 대상으로 하도록 규정돼 있고, 통매각 등 다른 사업방식을 적용하려면 사업시행계획ㆍ관리처분계획 변경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초구에 사업시행계획, 관리처분계획 등을 신청할 경우 모두 불허하라는 지침을 전달한 상태다.

설령 복잡한 인허가 변경절차를 거친다 해도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관문이 남는다. 이 법 18조 6항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주택은 분양물량을 임대사업자에게 통매각할 수 없다. 지금은 상한제 적용 지역이 지정되기 전이라 원칙적으로는 매각이 가능하지만, 정부는 반포동은 내달 초 적용 지역에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통매각 추진은 규제를 피하려는 노골적 ‘꼼수’라는 생각이다.

정부의 강경 방침에 진주 재건축조합은 통매각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반포3차ㆍ경남아파트 조합은 오는 29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관리처분계획 변경과 통매각에 대한 찬반을 묻고 찬성 의견이 많으면 수의계약 승인을 의결해 다음날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통매각을 강행할 경우 관계자에 대한 형사고발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라 양측간 법정다툼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사업시행계획서를 위반해 건축한 자는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통매각이 현실화되면 상한제 적용이 확실시되는 다른 단지들도 연이어 도입하면서 규제 효력이 떨어지게 돼 정부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합리적 가격에 분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조합이 이를 받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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