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 어두운 위례신사선..파장 커지는 위례신도시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삼성물산이 위례신도시와 서울 강남구를 연결하는 위례~신사선 사업에서 8년 만에 철수함에 따라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위례신도시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1일 서울시와 삼성물산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위례~신사선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공문을 서울시에 보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08년 GS건설·두산건설·SK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위례신도시~용산 구간의 자기부상열차 노선을 제안했다. 하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무산되면서 철도 노선 역시 쪼그라들었다.
서울시는 위례신도시를 출발해 강남구 신사역까지 가는 노선으로 수정해달라고 삼성물산에 요청했고, 위례중앙~학여울역~삼성역~신사역을 잇는 형태로 사업이 확정됐다. 총 연장 14.83km에 총 사업비는 1조4300억원으로 추산됐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사업이 진행돼 2022년에 준공될 예정이었다.
◇삼성물산 "수익성 부족"…8년만에 사업 포기 서울시가 삼성물산에 위례~신사선 민간투자사업제안서를 제출해달라고 한 것은 지난해 9월 15일이다. 삼성물산은 3개월이 넘는 검토 끝에 제출 기한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10개월간 재검토 끝에 사업에서 빠지기로 한 것이다.
삼성물산이 위례~신사선 사업을 포기한 것은 1조4000억원이 넘는 사업비에 비해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전철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상태인데다 노선이 변경된 후 수요가 감소할 위험성이 크다고 봤다.
위례~신사선 사업은 비용 대비 편익 분석 결과 1.0에 불과해 향후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삼성물산은 서울시에 보낸 공문을 통해 "삼성물산이 사업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컨소시엄에 참여한 타 회원사들은 주간사 변경을 통한 사업 추진 의사가 있다"며 "컨소시엄 내부 조정 절차가 필요한 사항이므로 (사업제안서) 제출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서울시 "사업 추진 문제 없도록"…6개 건설사에 타진 위례신도시 핵심 교통망인 위례~신사선 사업의 추진이 당장 어려워짐에 따라 서울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위례신도시는 이미 2만 가구 이상이 입주한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위례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당초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던 삼성물산이 제안서 제출을 미뤄오다 결국 포기 의사를 밝혀 유감"이라며 "위례~신사선 사업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우선 GS건설 등 6개 건설사에 민간투자사업제안서를 제출할 의사가 있는지를 회신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해당 건설사들은 삼성물산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렸던 회사들이다.
서울시는 주간사 변경을 위한 컨소시엄 내부 조정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검토하는 한편 컨소시엄 내 회원사의 개별 의견 등을 확인해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사업 지연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각 건설사들로부터 위례~신사선 사업 제안서를 받은 이후 심사를 통해 사업제안자 지위를 서울시가 부여한다. 제안서에 따라 기획재정부의 민자사업 적격성 심의가 이뤄지고 심의를 통과한 이후에야 공식 사업자가 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 단계에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는 위례신도시 주민들이…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 위례~신사선 사업이 지연되면서 위례신도시 입주민들도 만만치 않은 고충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위례신도시에는 몇몇 버스 노선과 신도시 바깥에 있는 지하철 8호선 복정역 외에는 대중교통망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신도시 진입로인 송파대로 일대는 출·퇴근 시간이면 교통지옥이 된다. 오는 2019년이면 지하철 8호선 우남역이 개통될 예정이지만 위례신도시 남측에 있는데다 노선 특성상 효용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위례신도시에 거주하는 이모(38·여)씨는 "신도시 내에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아직은 외부로 나가야 하는 일이 많은데 교통이 너무 불편하다"며 "위례~신사선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더라도 수 년간 불편한데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리라는 얘기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최모(41)씨도 "위례~신사선 사업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소문은 들었다"면서도 "막상 현실로 닥쳐오니 언제까지 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야할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업 좌초 유탄은 일대 부동산 시장에도 미치고 있다. 정부의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맞물려 파급 효과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업소 대표들의 전언이다.
위례신도시 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예고되면서 문의 자체가 뚝 줄었고 분양권 거래 단속도 강화되면서 관망세가 커졌다"며 "위례~신사선 사업이 중단되면 이런 분위기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례~신사선 출발역인 위례중앙역 일대 아파트와 상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아파트는 가격 조정국면에 돌입했고 위례중앙역 바로 앞에 위치한 상가도 웃돈이 1억원 수준으로 붙어있었으나 최근 위례~신사선 사업 지연 얘기가 나오면서 5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W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위례중앙역 주변에 들어서는 아파트는 역세권 프리미엄을 받아 주변보다 5000만원 가량 비쌌다"며 "사업이 늦춰지게 되면서 가격을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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