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대국민 사과 형식 빼닮은 경제부처 '부동산 정책' 엠바고 통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27일 온 국민의 관심사인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과 관련해 엠바고(보도시점 유예)를 출입기자단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 의혹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때 청와대가 기자단에 질의응답 없이 보도시점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과 닮은꼴이라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이날 오전 8시쯤 경제현안점검회의 안건인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 대한 포괄적 엠바고를 오전 8시30분부터 설정한다고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
포괄적 엠바고란 세제개편안, 예산안과 같이 중요도가 큰 정부 대책에 한해 모든 부처의 기자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기자단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 엠바고 설정은 줄곧 기재부가 부동산 대책을 주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국토부가 포괄적 엠바고를 통보했다. 일부 기자들은 “엠바고 설정 30분 전에 엠바고를 통보하는 것은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던 보도통제 방식”이라고 강력 항의했다. 논란이 커지가 기재부와 국토부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 주무부처는 국토부”라고 밝혔고, 국토부는 “기재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우리가 총대를 멨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엠바고는 결국 오전 8시 경제현안점검회의가 끝난 직후 다시 “관계부처 장관들이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해 선별적·단계적 대응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 내용에 한해 기사화해도 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하거나 정책제언을 포함한 보도는 가능하다’로 또 변경됐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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