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슈퍼 태풍 '개헌'에 먹힐 슈퍼 예산
내년도 400조원 슈퍼 예산안 처리를 위한 40일 일정의 `예산국회` 막이 올랐다.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를 끝으로 사실상 국감을 마무리한 여야는 24일 `예산정국`에 돌입했다. 어느 때보다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평가되는 국감에 이어 예산국회 역시 순항이 어려울 전망이다.
비선 실세 사태와 송민순 회고록 파문 등 정치권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까지 천명했다. 시정 연설을 두고 사상 최저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정국 돌파용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온라인에는 9년 전 일이 회자된다. 박 대통령이 2007년 1월 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4년 중임제 개헌 추진 소식을 두고 한 말이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노 대통령의 개헌 추진 소식에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 “민생경제를 포함해 국정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9년 전에 비판했듯 개헌 논의는 민생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정해진 순서다. 개헌 논의의 정당성이나 시점 논의는 뒤로 하더라도 순탄치 않던 예산국회에 핵폭탄 같은 돌발 변수가 더해진 것이다.
이번 발표로 슈퍼 예산은 더 이상 슈퍼가 아닐 가능성이 농후하다. 모든 의혹과 현안은 개헌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은 물론 예산국감도 막장으로 끝난 파행 국감 시즌2가 될 것이 자명하다.
지금의 한국 경제는 연일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주력 산업과 기업은 연이은 악재에 휘청거리고, 가계 부채는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일자리와 소비는 갈수록 하향곡선이다. 강남 재건축발 부동산 광풍과 그에 대한 대책은 서민층만 옭아매고 있다. 연말 미국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국민의 삶이 어디로 갈지 암담하다.
백번 양보해서 내년 대선을 앞둔 여야 간 공방의 절실함을 감안해도 앞으로 흘러갈 정치권의 움직임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 같다.
예산국회를 앞두고 여야는 `민생`이라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강조했다. 여당은 정치 쟁점과 예산안 처리 분리 대응을 촉구하며 경제 활성화를 비롯한 청년실업과 일자리 문제,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협치를 요구했다. 야당도 역시 비선 실세 예산 전액 삭감을 예고하면서도 일자리와 민생을 내세웠다.
이 시점에서 여야 정치인에게 한 가지 팁을 주고자 한다.
9년 전 개헌론이 나왔을 때 입장을 뒤집어 대응하면 각자 최선의 대응 전략이 나올 것이다. 현재 상황은 9년 전과 여야만 바뀌었을 뿐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슈에 대응하는 여야 각 당의 전략도 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굳이 머리를 쓰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과 적당한 포장 방법만 고민하면 된다. 정치 참 쉽다.
그렇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명심했으면 한다.
이번 논의 결과와 관계없이 이전 상황이 반복된다면 여야 누구도 국민 신뢰를 받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그저 또 한 번의 진흙탕 싸움으로 정치는 한 걸음 더 국민 신뢰로부터 멀어질 것이다. 400조원을 두고도 내년에 또 우리 아이들이 끼니 걱정을 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홍기범 금융/정책부 데스크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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