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 발표 앞두고 숨죽인 서울 아파트시장
[한겨레] 강남권 이어 강북지역도 거래 끊기고 호가 하락
국토부 투기과열지구보다 강도 낮은 규제책 검토
부동산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수요 억제대책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시장이 숨을 죽이고 있다. 집값이 급등했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 매매호가가 하락한 데 이어 추석 이후 상승세를 타던 강북지역도 관망세로 돌아섰다.
23일 부동산업계 말을 종합하면, 이번 정부 대책의 핵심 타깃인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지난주부터 거래가 올스톱되면서 찬바람이 불고 있다. 강남구에선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매매 호가가 최근 일주일 사이 3천만~4천만원 정도 하락했다. 압구정동은 올해들어 이달까지 매맷값이 2억~3억원가량 뛰어오르면서 강남권 재건축 단지 매맷값 상승세를 이끌었던 곳이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의 대책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매수자들이 모두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는 최근 전용면적 76㎡형에 14억9천만원~15억원짜리 급매물이 등장했다. 일주일 전 시세가 15억4천만~15억6천만원이던 것을 감안하면 5천만~7천만원 떨어진 것이다. 이런 여파로 ‘부동산114’ 조사에서 지난주 송파구의 재건축 아파트값은 31주 만에 0.17% 하락했다. 서울시 전체 재건축 아파트값도 0.10% 오르며 지난 3월말 이후 상승폭이 가장 낮았다.
추석 이후 강세를 보이던 비강남권 주요 아파트단지도 관망세로 돌아섰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를 고려했던 수요자들이 정부 대책 등 상황을 좀더 지켜보자고 물러선 분위기” 라고 전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추석 이후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소형을 중심으로 매매가 활발했는데 지난 주말부터는 이쪽도 관망세로 돌아섰다. 매매 계약을 하려다 취소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발표되고 시장에 끼치는 효과가 가시화될 때까지 서울의 주택거래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지금은 불확실성 때문에 실수요자도 쉽게 집을 살 수 없다”며 “정부 대책이 속히 정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주택시장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지역 맞춤형’ 대책을 내놓기 위한 막바지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집값이 급등한 곳을 집값 관리지역이나 투기우려지역 등으로 새로 묶어 투기과열지구보다는 약하지만 과열을 잠재우는 선의 규제를 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 대해서만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고 일정 기간 재당첨 제한을 두는 게 가능해진다. 일각에서는 재건축 투자 과열을 막기 위해 조합원들의 분양 가구수(현재 3가구)를 줄이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하는 등의 금융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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