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둥지둥 정부, 힘없는 지자체..책임은 누가?
강남재건축발 거품 논란..커지는 실기(失期) 우려
지역별 상황 달라 대책찾기 골몰
2006년 수요억제책 실패 경험도
투기과열지구 지자체도 지정 권한
현실적으로는 국토부 승인받아야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부동산대책을 둘러싸고 정부가 미적대는 와중에도 정작 문제가 불거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렇다 할 정책수단이 없다. 강남재건축발 거품논란 등 최근 사달과 관련해 정부도 일부 지역의 국지적인 문제인 점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 나설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우려해 정부가 대책마련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실기(失期) 우려만 키우고 있다.
정부가 선뜻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건 지역이나 유형별로 처한 상황이 판이한데다 과거 섣부른 대책으로 역효과를 낸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 오름폭이 크고 고분양가 논란, 불법전매 의혹 등이 불거진 곳은 강남이나 수도권 일부 신도시, 부산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한 반면 다른 곳에서는 집값이 떨어지거나 미분양이 늘고 있다.
2006년 집값 급등기 때 각종 수요억제책을 내놨지만 오름세를 막진 못한 경험도 정책결정권자를 소극적으로 만든다. 경제성장률이 2%대로 정체된 가운데 그나마 활기를 띤 건설ㆍ부동산 시장을 짓누를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성장률마저 대폭 꺾을 것이란 정치적 셈법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의 고민도 깊다. 집값 급등에 따른 주거비 부담증가는 지자체도 책임소재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주택ㆍ부동산 가격과 관련된 데다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 금융당국의 직간접적인 개입 등이 얽히면서 사안의 복잡성을 더한다. 서울시 한 간부는 21일 "집값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자체가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극히 제한돼 있다"면서 "기초자치단체 차원의 분양가 심의나 정비사업장의 이주시기 조정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없어 간접적으로도 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원칙적으로 국토부장관 외에 시ㆍ도지사도 지정할 수 있다. 현행 주택법에서는 광역자치단체에서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투기과열지구 지정 혹은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그러나 현실에선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ㆍ도지사가 지정할 때 국토부장관과 협의하도록 돼있는데 사실상 국토부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구조"라며 "정부가 나서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8월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면서 국토부와 지자체간 주택정책협의체를 확대하고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그간 이 회의가 별다른 성과 없이 이어져왔던 만큼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부와 광역자치단체의 주택관련부서 실무진이 모이는 이 회의는 그간 행복주택ㆍ뉴스테이 등 정부가 추진하는 중점사업을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지자체의 정책건의를 듣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올 들어서도 8ㆍ25가계부채 대책발표 이후 주요 내용을 전하기 위해 지난달 말 열린 게 올해 첫 회의였다. 지자체 한 공무원은 "서민주거안정과 관련한 정책권한을 확대해달라고 꾸준히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며 "각종 개발사업을 진행하거나 임대주택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정부 예산이나 주택기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운 소리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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