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건설에 기댄 한국경제.. 부동산 규제 진퇴양난

세종=유성열 기자 2016. 10. 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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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수출 부진, 파업 등 악재에 겹겹이 쌓인 우리 경제를 건설산업이 나홀로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정부는 주택경기가 과열됐다는 경고음이 울리는 데도 정작 부동산 정책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집값 규제로 건설경기마저 침체된다면 경제성장률이 더욱 하락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것도 정부 입장에선 부담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간한 경제동향 자료를 보면 현재 경기를 이끌어가는 분야는 건설투자가 사실상 유일한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업체가 시공한 건설 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지표는 지난 8월에 전년 동월 대비 23.6% 증가했다. 건설 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54.6% 증가했다. 모두 전월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확대됐다. 반면 소매판매 등 다른 지표들은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고, 수출은 감소하기까지 했다. KDI는 “건설투자가 높은 증가율을 지속적으로 보이며 내수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은 ‘실물경기의 건설투자 의존 구조’ 보고서를 통해 올해 2분기 우리 경제성장 중 건설투자 부문의 기여율이 51.5% 수준이라고 집계했다. 1993년 4분기 이후 최고치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3% 대비 건설투자 성장기여도(1.7% 포인트)를 계산해 나온 값으로 경제성장의 절반 이상을 건설투자가 담당했다는 의미다.

건설투자의 기여도를 제외하면 지난 2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은 3.3%에서 1.7% 포인트를 뺀 1.6%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는 지난해 4분기 1.1% 포인트로 1%대를 넘어섰고 분기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4년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는 연간 0.2% 포인트였고, 2015년엔 0.6% 포인트 수준이었다.

건설투자 중에서도 주택투자 분야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2013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3년6개월간 평균 20.9%로 파악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3년간 국내 경제성장의 20%를 주택 투자에 의존한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선별적 집값 규제 카드를 내비친 이후 조용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부처 간 혼선 조짐까지 보인다. 부동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그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반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면서도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대책에 포함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신속하게 과감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방 리스크가 가득한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까지 가라앉으면 내수를 포함해 경기 전반이 더 위축될 전망이다. 경제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투기 규제가 집값 하락으로 이어져 주택을 보유한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권 말에 과감한 부동산 대책을 추진하는 건 역대 어느 정부 입장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부동산 대책은 워낙 파급효과가 크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신중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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