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권논란'에도 완장 찬 HUG..주택물량 조절 '선봉대'로

최동순 기자 2016. 8.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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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분양가 규제'이어 '공급량 관리'까지 도맡아 미분양 관리지역 확대·심사 강화..건설업계 '예의 주시'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정부가 그동안 업계에서 일었던 '월권 논란'에도 다시금 'HUG'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증업무를 중점적으로 해왔던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에게 '주택공급량 관리'라는 중임을 맡기며 정부 주택정책의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와 경기부양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고심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다만 건설업계는 통일된 정책 제시가 없어 당혹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입지별 사업성과 '내부 기준'에 따라 PF대출보증, 분양보증 등을 받게 되는 만큼 셈법이 복잡해진다.

정부는 25일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주택 공급조절 등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현황 및 관리방향'을 발표했다. 주택 공급과잉이 가계부채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공급량 조정을 통해 부동산시장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우선 정부는 LH 택지공급 축소, 주택 인허가 조정 등 기존의 공급 관리 대책을 더욱 강화했다.

LH 공공택지는 올해 공급량을 지난해 58% 수준으로 감축(6.9㎢·12.9가구→4.0㎢·7.5만가구)하고, 내년 물량도 추가감축을 검토한다. 주택인허가는 기존에 수도권만을 대상으로 운영되던 '주택정책협의회'를 지방으로 확대해 정례화하고, 적정한 수준의 인허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징적인 것은 HUG가 주택 정책의 전면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보증기관 HUG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보증, 분양보증을 통해 주택공급량 등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분양보증은 본점심사 대상이 크게 확대된다. 미분양 관리지역, 분양가 급등 지역 등이 기본 대상이며, 그 외의 지역도 심사평점 등에 따라 본점심사를 받도록 했다. 특히 미분양 관리지역은 미분양물량과 인허가량이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매달 포함하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HUG를 통해 주택 공급량 조절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분양 우려가 큰 지역일 경우 '내부 기준'을 근거로 주택공급을 제한할 수 있게 되서다.

분양보증은 20가구 이상을 분양하는 건설사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다. 국내에서 분양보증은 HUG가 독점하고 있다.

앞서 HUG는 지난달 분양가 규제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 강남 '디에이치 아너힐즈'에 대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자 분양보증 발급을 보류한 것이다. 분양보증을 수차례 반려하자 사업자 측은 결국 분양가격을 기존 3.3㎡당 4457만원에서 3.3㎡당 4137만원으로 낮췄다. 평균 분양가 기준 3.3㎡당 320만원, 84㎡ 기준 약 1억1000만원이 한달여 사이 낮아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지방 간 부동산시장 양극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고심끝에 내놓은 정책이라는 점에서는 동의했다. 청약제도 개편 등 본격적인 부동산 규제에 나설 경우 이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지방 부동산시장이 급격하게 침체돼 '연착륙'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분양시점을 기준으로 사업성을 판단하는 사업자들과는 달리, 정부의 입장에서는 입주시점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덕례 주택산업원구원 연구위원은 "LH가 정부의 토지공급을 시행하는 공기업이듯이 HUG도 주택관련 금융을 조달하는 금융 공기업"이라며 "주택 공급량이 과도하다는 판단 아래 정부가 HUG의 분양보증이라는 정책수단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향후 HUG가 설정할 '내부 기준'에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사업을 앞둔 곳이 본점심사 대상에 포함이 돼 분양보증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어서다. 앞서 '디에이치 아너힐즈' 분양가 규제로 인한 충격도 이같은 혼란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사업절차가 까다로워지고 리스크가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주택사업은 분양시점이 중요한 데 심사가 강화지면 경우에 따라 사업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사업에서 기업 신용도가 중요해지면서 대형 건설사는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택지를 확보한 시행사들이 대출신용도 확보를 위해 재무안정성이 높은 건설사들에게 시공권을 넘기는 경우가 잦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공택지는 그동안 중소건설사들이 사업을 진행해 왔다"며 "택지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강화될 경우, 대형건설사 입장에서는 시공권 확보에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dos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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