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제한이 가계대출 대책?..고민 깊어지는 국토부

문지웅 2016. 8. 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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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가계대출 대책 일환으로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를 요구하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국은행이 금융위원원회에 가계부채 책임을 떠 넘기더니 이번엔 금융위가 국토부에 책임을 묻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토부가 가계부채 증가 책임이 없다고 항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아파트 분양이 크게 늘어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주택대출 총량이 급증한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아파트 공급이 급증한 것은 국토부가 재건축 연한을 단축하고 청약통장 1순위 조건을 완화한데 이어 분양가 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하면서 분양시장 여건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지난해부터 분양(공급)이 몰리면서 가계대출 총량이 크게 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전매제한 강화는 시장을 뒤흔드는 극약처방으로 적절하지 않다. 보다 정교하고 정밀한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열린 ‘가계부채 관리 협의체’ 회의에서도 가계부채 대책에 전매제한 강화를 포함시킬 지 말지를 두도 국토부와 금융위 간에 격론이 오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전매제한을 강화하면서 분양 수요가 줄어 공급도 줄고 집단대출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는 논리를 펼쳤다.

반면 국토부는 전매제한 기간을 늘릴 경우 그나마 괜찮은 분양시장마저 주춤하게 되면서 겨우 살아난 주택·건설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한다. 단순히 가계부채 문제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 의견도 대체로 국토부와 같다. 가계부채 총량 증가의 직접적인 요인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금리 때문이며 가계부채 대책 핵심은 비우량 대출을 걸러내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주택관련 대출을 옥좨 총량만 줄이면 된다는 접근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다.

한 부동산 금융 전문가는 “주택담보대출 중 주택구입에 사용되는 비중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생활비나 사업자금으로 쓰는 것이 가계대출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전매제한 강화라는 정책카드가 기본적으로 가계대출 억제책이 아닌 투기방지책이라는 점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실제로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는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수 차례 전매제한을 강화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에서는 주택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2014년 수도권 민간택지와 공공택지 전매제한을 완화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올들어 7월까지 주택 매매가는 0.18%, 전세금은 0.78% 오르는 등 매매시장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고 전세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상태”라며 “주택시장 과열기에 내 놓아야 할 투기방지책을 가계부채 대책에 끼워넣으면 가계부채는 감소할지 몰라도 주택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이 침체되지 않더라도 금융위 주장처럼 아파트 공급을 줄이면 수 년만에 겨우 안정을 되찾은 전세시장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공급이 줄어 전세금이 치솟으면 다시 전세대책을 내놓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매제한 강화가 현실화될 경우 당장 가을분양 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연구센터장은 “전매제한이 강화되면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전매 강화로 당장 가을 분양시장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책이 발표되면 기존 분양단지의 경우 소급해서 전매제한을 강화할 수 없기 때문에 반시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도 높다. 이미 분양한 단지의 분양권 시장만 달아오르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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