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간첩 지령, 설마 여기 숨겨놓을 줄은”…경찰 ‘보이지 않는 위협’ 대응 강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해 지령을 수행한 혐의로 민주노총 전 간부들이 기소돼 지난해 11월 실형을 받은 간첩 사건에는 이미지 파일 등에 데이터를 숨겨 지령문 등을 전달하는 암호화 프로그램 '스테가노그라피(Steganography)'가 활용됐다.
당시 수사기관은 피의자들의 USB 등에서 스테가노그라피를 사용한 파일을 발견했고, 복호화를 통해 북한 문화교류국 지령문 존재를 확인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문서 파일 속 지령·보고문 숨겨
개발당사자 외엔 탐지·복호화 어려워
경찰, 장기대응 위한 역량 강화 추진
당시 수사기관은 피의자들의 USB 등에서 스테가노그라피를 사용한 파일을 발견했고, 복호화를 통해 북한 문화교류국 지령문 존재를 확인했다. 2021년 충북 청주시에서 일당들이 북한 지령을 받고 이적행위를 하다 검거된 ‘충북동지회 사건’에서도 스테가노그라피가 사용됐다.
14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중요 안보 위해사건에서 ‘스테가노그라피’ 은닉기법이 지속 활용되고 수법도 고도화되면서 대응에 나섰다. 국정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의 안보수사 역량 강화 정책의 일환이다.
스테가노그라피는 그리스어로 ‘감춰진(Stegano)+통신(Graphy)’의 합성어로, 그림·오디오·영상 파일 안에 지령 메시지 등을 코드 형태로 숨기는 과정 또는 그 기법을 말한다. 평범한 사진, 신문 기사로 보이는 ‘커버파일(Cover File)’에 비밀메시지를 숨긴 뒤 스테가노그라피가 적용된 ‘스테고파일(Stego File)’을 생성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스테가노그라피는 정보를 숨긴다는 측면에서 암호와 비슷하지만 비밀메시지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큰 차이가 있다. 또 비밀 통신기술로 복호화 방법을 공유하는 관계자끼리만 정보교환이 가능해 간첩이나 스파이들이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암호파일은 포렌식 프로그램으로 쉽게 탐지되지만 해당 기법이 사용된 파일은 정상 파일로 인식돼 탐지 자체가 매우 어렵다.
특히 안보수사학계에 따르면 북한은 생성과 복호화 절차가 복잡하고 탐지와 해독이 되지 않도록 자체 설계·제작한 스테가노그라피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 2017년 국가보안법 위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목사 간첩 사건’을 연구한 김기범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스테가노그라피는 상용서비스가 아니며 개발자들끼리만 만들어 쓰기 때문에 복호화도 매우 어렵다”며 “단발적인 대응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 개발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논문에 따르면 목사 간첩 사건 수사과정에서 국정원과 검찰은 간첩들이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이 들어있는 USB에서 워드파일(‘info.docx’)을 확인했고, 해독 결과 2011년 11월자 북한 지령문이 나왔다. 이밖에 ‘고난주간 설교’라는 제목의 대북보고문도 발견됐으며 함께 압수된 마이크로SD 카드에서는 본문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로 위장된 대북보고문의 존재도 확인했다.
이밖에도 경찰에 따르면 △창원 간첩단(2023년 3월 기소) △제주 ‘ㅎㄱㅎ’ 사건(2023년 4월 기소) △충북동지회(2021년 9월 기소) 등에서 간첩 피의자들이 지령을 주고받는데 모두 북측이 제공한 스테가노그라피 프로그램이 활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전문지식을 보유한 외부 기관과 협력해 연구 개발 과제를 도출하는 등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응 역량 마련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공 수사권 이관 후 1년의 시간이 흐른 가운데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며 “스테가노그라피의 경우 최근 이를 활용한 사건 사례가 나오고 있어 지속적인 연구와 대응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단독] 현금 109억으로 한남더힐 매입한 인물...정체 알고보니 ‘끄덕’ - 매일경제
- “몸에 좋은 과일을 갈아 마시는 건 최악”…의학박사의 섬뜩 경고, 왜? - 매일경제
- 오늘의 운세 2025년 4월 14일 月(음력 3월 17일) - 매일경제
- “결혼식 했지만 혼인신고 NO”...김영철, 미모의 변호사와 소개팅 - 매일경제
- 그렇게 큰소리치더니…대통령 자존심 무너진 트럼프, 한발 물러선 까닭은 - 매일경제
- [속보] 윤석열 전 대통령 오전 재판 종료…오후 2시 15분 재개 - 매일경제
- [속보] 출마설 일축했던 韓 대행 “제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 다할 것” - 매일경제
- 미국 주부 홀린 한국기업...1위 굳히기 위한 ‘비장의 수’ 던졌다 - 매일경제
- 일본 여행 다녀오면 꼭 사왔던 ‘이 약’…마약으로 분류돼 반입 안된다는데 - 매일경제
- 이정후, 이번에는 역전 스리런! 빅리그 첫 멀티 홈런 작렬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