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가계부채> ① 한국경제 뇌관 '1천100조원'
금리인상 시작되면 '이자폭탄'…가계에 큰 부담
"채무상환 능력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문제"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가계부채가 한국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뇌관이 될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시차는 있겠지만 한국은행도 결국엔 그간의 통화완화 정책을 접고 세계적인 금리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저금리 속에서 급증추세를 보인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를 짓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금융권 전체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1천99조3천억원)이 1천100조원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정금리 대출비중이 28%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700조~800조원은 기준금리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형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려도 가계가 새롭게 부담해야 할 '이자 폭탄'이 연간 1조7천500억~2조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가계부채는 정부가 추가로 검토 중인 경기 확장정책을 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동조하지 않은 채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인하 정책을 펴고 싶어도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우려 때문에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것이다.
가계대출의 전체 규모도 문제지만 최근의 증가 속도를 우려하는 시각 역시 적지 않다.
과도하게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어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박근혜정부의 2기 경제팀이 지난해 7월 출범한 이후 한국은행은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그 결과로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1.75%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의 자금수요를 일으키는 가장 큰 동력이 되는 부동산 경기가 전세 및 분양 시장을 중심으로 반짝 달아올랐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까지 완화해 가계는 이전보다 한층 쉽게, 그리고 더 많이 돈을 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사상 유례없는 가계대출 급증세를 이끈 배경이다.
가계신용 규모는 지난해 2분기 말 1천38조3천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천99조3천억원으로 9개월 동안 61조원이나 불어났다.
올 1분기의 가계신용 증가액은 작년 동기(3조5천억원)의 3배 수준인 11조6천억원에 달했다.
특히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올 1분기 중 9조7천억원이나 늘었다.
작년 동기(2조원) 대비 5배 수준으로 폭증한 것이다.
가계부채의 질적인 면에서 봐도 우리나라가 양호한 편은 아니다.
부채의 질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이 160.7%다.
미국(115.1%)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35.7%)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변동금리나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갚는 대출을 상대적으로 위험한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변동금리형 대출은 금리가 오름세로 바뀌면 이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만기 일시상환 대출은 돈을 빌려간 사람이 실직 등으로 현금흐름이 악화할 경우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연 20~30%대의 고금리가 적용되는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계와 연관된 가계대출은 금리인상 충격이 닥칠 때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그러나 현 가계부채 규모에 대해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연소득 4~5분위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이 가계부채의 70%를 차지해 상환능력이 양호한 점을 들고 있다.
또 금융 자산이 부채 대비 2배 이상 많은 점과 부동산 같은 실물을 더한 총자산이 총부채의 5배 이상이어서 담보력이 충분한 점을 그런 판단의 근거로 삼고 있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출시한 총 31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도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좋게 바꿔 놓은 하나의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주도한 안심전환대출은 고정금리형과 원리금 분할상환 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7~8%포인트씩 올리는 효과를 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계부채 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하는데 가처분소득 증가세는 둔화하면서 채무상환 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면서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저소득층이나 영세 자영업자 위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spe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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