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지금이 딱
평균 매매가 3억9469만원→3억6009만원
집값 40% 대출 이자 4811만원→2754만원
5년전보다 6000만원 부담 덜어요
수도권 A아파트 구입 비용
면적 커질수록 낙폭 크고 대출 금액 많아져취득세 영구인하에 이자율도 꾸준히 하락전세가율 70% 넘는곳 많아 매매 활기띨 듯
2008년 8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 3차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에 2억9,000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살던 M씨. 매매가 7억1,500만원이었던 이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4억2,500만원이 더 필요했다.
이 돈을 모두 은행에서 대출받을 것을 고민한 그는 계산기로 두드려본 후 결국 내집마련을 미뤘다. 연리 7.16% 비거치식 10년만기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방식으로 이 돈을 대출받게 되면 한 달에 내야 하는 원리금이 496만원 가량. 아내와 맞벌이로 벌어들이는 600만원 가량의 월수입 대부분을 빚 갚는 데 써야만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6년 후인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내집마련을 미룬 M씨의 선택은 합리적 판단이 됐다. 그가 내 집 마련의 고민으로 머리를 싸맸던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집값은 그 이후로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내렸기 때문이다.
6년여가 흐른 지금 M씨가 내 집 마련을 위해 두드려본 계산기는 그때와는 판이해졌다. 당시 2억9,000만원이었던 전세금은 4억6,000만원까지 올랐다. 6,000만원 가량의 대출이 있긴 하지만, 아내와 함께 차곡차곡 모아온 돈 탓에 목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기간 매매가격은 7억1,500만원에서 6억3,750만원으로 오히려 7,750만원이나 떨어졌다. K씨가 내 집 마련을 위해 필요한 금액은 2억3,750만원 가량. 이자율 연 3.58%를 적용하면 10년 동안 235만원 가량만 내면 된다. 만약 이율이 1.5% 가량인 공유형 모기지론을 통해 대출을 받아 20년 동안 갚게 되면 매달 내는 원리금은 120만원선으로 더욱 줄어들게 된다.
취득세도 줄었다. 당시에 취득세와 등록세, 그리고 교육세를 포함해 집값의 4.6%를 내야 했던 세금 부담은 2.2%로 줄었다. 2008년 당시 집을 샀다면 내야 했을 세금이 3,289만원이었던 데 반면 지금 집을 사게 되면 절반도 안되는 1,402만원의 세금만 내면 된다.
내린 집값과 줄어든 세 부담으로 실질적으로 M씨의 내집마련 비용 부담은 1억원 가까이 가벼워 졌다. 금리도 반으로 줄어 다달이 내야 하는 이자 부담도 대폭 줄어들었다. 2008년에 집을 사지 않았던 선택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M씨는 지금 생애 첫 내 집 마련을 위해 주말마다 아내와 집을 보러 다니는 중이다.
장기간 이어진 주택경기 침체 탓에 집값은 내렸지만 전셋값은 집값 대비 70%를 넘어설 정도로 많이 올랐다. 전셋값에 조금만 보태면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와 주택경기를 부양하려는 정부의 대책 탓에 내 집 마련에 들어가는 부대 비용도 크게 줄었다. 올가을 이사철 전셋집 찾아 헤매기보다 그려왔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 보는 것은 어떨까.
올들어 다소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전셋값 상승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도 어느덧 70%를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절대적인 가격 자체가 높아 체감 인상폭이 큰 서울 등 수도권 일대데서도 전세가율이 70%를 돌파한 지역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둔 상황인데다 입주물량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소 진정세를 보이던 전셋값이 또 뛰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통상 전세가율 70%는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수요가 급증하는 이른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최근 통계를 보면 오를 만큼 오른 전셋값에 이사철을 앞두고 아파트를 사들이는 세입자들이 느는 추세다. 서울시의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년만에 최고치인 5,664건을 기록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지난 7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완화되는 등 새 정부 들어 이어진 규제완화책으로 그 어느 때보다 내 집 마련 여건이 좋은 상황"이라며 "집값 상승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히 있긴 하지만 정책적 지원을 얻어 집을 사는 것도 전략적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시·군 세 곳 중 한 곳이 전세가율 70%
=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66.8%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3억6,009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평균 2억4,050만원을 내야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체 60개 기초자치단체 중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선 곳도 20곳이나 된다. 서울의 경우 강남과 가까워 전세족들에게 '준(準)강남권'으로 불리는 성동구의 전셋값이 매매가격 대비 74.2%나 됐다. 최근 들어 새 아파트들이 연이어 들어서는 동대문·서대문·강서·동작·관악구도 전세가율이 이미 70%를 돌파했다. 중랑구도 전세가율이 71.9%에 달한다.
경기도의 경우 동탄1신도시가 들어서 있는 화성이 77.4%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인천 부평구 역시 전세가율이 70.9%나 됐다.
◇집값 낮아지고 대출 문은 넓어져
= 전셋값은 올랐지만 매맷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한 이후 아직 본격 회복 전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4년 7월말 현재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3억6,009만원으로 2009년 말 3억9,469만원 비해 8.8% 낮은 수준이다. 5년여 간의 기나긴 주택경기 침체로 아파트를 사는 데 지불해야 하는 값이 3,560만원이 줄어 내 집 마련의 문턱이 그만큼 낮아진 셈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면적별로는 85㎡(이하 전용면적) 초과 중대형 아파트의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서울의 85㎡ 이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1,509만원으로 2009년 4억4,963만원과 비교해 3,454만원이 낮아졌다. 반면 85㎡ 초과는 8억6,585만원으로 5년전 10억2,859만원보다 1억6,274만원이나 싸졌다.
가격 하락에 은행 대출의 문은 오히려 넓어졌다. 정부가 지난 7월 24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으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금융규제를 완화한 탓이다. LTV는 2002년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김대중 정부가 도입한 금융규제로, 당시 집값 대비 60%가 넘는 금액을 대출할 수 없도록 했다. LTV도입 이후에도 집값 오름세가 멈추지 않아 참여정부가 도입한 제도가 바로 DTI다. 참여정부 당시 투기지역에서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LTV와 DTI 모두 40%를 적용해야 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기나긴 침체의 터널로 접어들면서 이 같은 금융규제가 완화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LTV·DTI 모두 70%가 적용되고 있다.
쉽게 비교하면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이전 서울 강남에서 10억2,859만원인 85㎡초과 대형 아파트를 살 때, 소득이 충분하다고 가정한 경우 4억1,035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4년 현재 8억6,585만원으로 떨어진 같은 아파트를 살 경우 6억609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자비용 줄고 취득세도 절반으로 뚝
=대출에 따른 이자비용도 줄었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이어진 저금리 정책 탓에 대출 이자율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6월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연 3.58%이다. 이는 연평균 5.54%였던 2009년 대출 금리보다 1.9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새 아파트를 구입할 때 적용되는 집단대출 금리도 5년 전에 비해 1.4%포인트가 내린 3.61%이다.
그렇다면 수요자의 금융비용 부담은 실제로 얼마나 줄었을까. 고정금리·비거치식 10년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방식으로 40%의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한다고 가정하면 이자비용은 5년 사이 2,000만원 가량이 줄었다.
먼저 2009년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인 3억9,469만의 아파트를 담보대출로 1억5,788만원을 받아 매입한 경우, 10년 동안 총 이자비용은 4,811만원이다. 당시 연평균 금리인 5.54%를 적용한 결과다. 2014년에 수도권 평균 매매가격인 3억6,009만원짜리 아파트를 대출 1억4,404만원을 끼고 매입하는 경우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2,754만원이다. 5년 전 보다 대출에 따른 이자비용이 2,057만원이 준 것이다.
정부가가 지원하는 모기지론을 이용하면 이자비용은 더욱 줄어든다. 현재 2억원 이내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생애최초주택구입자의 모기지론 대출 금리는 2.6~3.4%다.
취득세가 영구인하되면서 세 부담도 낮아졌다. 2009년 당시 취득세율은 4.6%에서 50% 감면된 2.7%(취득세, 등록세, 농어촌 특별세, 교육세 등 포함) 였다. 현행 취득세율은 6억원 이하 1%, 6억~9억원은 2%, 9억원 초과는 3%가 적용된다. 평균 매매가격으로 비교해보면 취득세 부담도 절반 이하로 준 셈이다.
전세가율 높다면 전세 끼고 매입… 낮다면 담보 대출 유리… 초기 투자금 낮추려면…전국 아파트의 전세가율이 70% 돌파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LTV)도 70%로 상향 조정됐다. 전세를 끼든 대출을 받든 주택가격의 30%만 지불하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세와 대출을 모두 부채의 성격을 띠고 있다. 사금융의 성격을 띤 전세의 경우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은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세입자에게 변제의무가 있는 만큼 공실이 발생했을 때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대출의 경우 다달이 원리금을 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과거에는 가격 대비 대출의 비중 또한 낮았기 때문에 초기 투자금이 많아야 했다. 하르엽鳧떡讀?완화와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단점이 많이 희석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과 대출을 받는 것 중 어떤 게 더 유리할까. 셈법은 간단하다. 전세가율이 높지 않은 지역은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집을 마련하는 게 초기 투자금을 낮출 수 있다. 반대로 전세가율이 높은 지방의 경우에는 대출보다는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것이 실투자액 측면에서는 더 유리하다.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4억673만원이다. LTV를 70% 적용하면 최대 2억8,471만원을 대출 받을 수 있다. 반면 평균 전세가격은 2억5,592만원이다. 대출을 통해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에 필요한 투자금액은 1억2,202만원, 전세를 통할 경우에는 1억5,081만원이 필요하다. 수도권에서는 대출을 통해 집을 사는 게 투자금을 낮출 수 있는 유리한 방법인 것이다. 지방의 경우에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1억9,748만원, 전세가격은 1억3,505만원이다. 역시 대출을 받을 경우가 전세를 끼고 살 때보다 실투자금액이 300만원 가량 낮다. 다만 대구와 광주, 울산, 전북, 경북 등 전세가율이 70%를 훌쩍 넘어서 상대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들은 전세를 끼고 사는 경우가 투자비를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용훈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개인의 재무여건과 매입물건의 미래가치 등을 꼼꼼히 따져 매입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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