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미친 전세금 잡으려면..

2014. 1. 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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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이 미쳤다. 작년 한 해 내내 서민들을 괴롭히더니 새해 들어서도 오름세가 꺾이질 않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74주 연속 상승 행진이다. 강남 아파트 전세금은 강북 지역 같은 평형 두 채 집값에 육박할 지경이다. 전세금이 치솟자 강남에서 강북으로, 수도권 외곽으로 돈에 맞춰 전셋집을 옮겨가다 보니 전세난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젊은 세대 상당수가 집값이 너무 올라 내 집 마련을 포기했는데 이제 전셋집 구하기마저 어려운 지경이다. 서민들은 전세 만기가 다가오는 게 두렵다. 2년 내내 허리를 졸라매도 오른 전세금을 감당할 수가 없다. 중산층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2년 새 몇 천만 원, 몇 억 원씩 오른 전세금에 숨이 턱 막힌다. 그러다 보니 은행빚만 늘어 간다. 전세금을 올려줄 돈이 없어 상승분을 월세로 메우다 보니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져 간다.

미친 전세금이 한국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전세금을 잡지 못하면 체감경기는 구렁텅이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실제 전세금 부담 때문에 소비심리가 위축돼 내수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 안 사면 그만이겠지만 전세금 급등은 서민 삶의 터전을 붕괴시킬 수 있다. 전세금을 더 이상 방치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당장 전세금을 잡을 수 있는 대책이 마땅찮다는 점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백약이 무효'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부 부동산대책이 매매 활성화에 치중돼 있어 전세를 잡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전세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도와주려고 저금리 전세대출을 늘리니 오히려 전세금 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그렇다고 집을 지어 전셋집 공급을 늘리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모든 병에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왜 아픈지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고 병증에 적합한 처방을 찾아낸다면 아무리 중병이라도 치료가 가능하다.

전세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원인부터 다시 한 번 짚어보자. 가장 큰 원인은 집값 하락을 걱정해서 집을 사지 않고 전세를 살겠다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집을 안 사니 전세 공급은 줄어들고 수요만 급증했다.

올해는 서울 수도권 입주아파트 물량이 작년보다 늘었다. 입주물량이 많으면 전세난이 완화되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 강남 재건축 사업 추진에 따른 이주 수요가 입주물량 증가보다 많아 전세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집주인들이 저금리 때문에 월세를 선호하는 것도 전세금 상승 요인이다. 월세로 바꾸든지, 아니면 전세금을 올려 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전세 수요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집값 하락 걱정 때문에 전세로 돌아선 실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미 전세금이 집값 대비 90%를 넘어선 가구가 7만가구에 달할 만큼 전세금 급등에 대한 부담이 임계치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집값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완화되고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을 위한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전세 세입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전세 공급을 늘리자면 임대주택을 더 많이 짓거나 다주택자가 집을 더 사서 전세를 놓도록 해야 한다. 임대주택 건설에는 시간이 걸리니 다주택자들이 집을 더 살 수 있도록 확실한 인센티브를 줘야 전세 공급 확대 효과가 나온다. 요즘 전세난은 전세에서 월세 시대로 전환되는 와중에 나타난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더 올려주면서까지 전세를 고집하지 않도록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등 세제 혜택을 늘릴 필요가 있다.

설 연휴가 지나면 이사철이 다가온다. 어쩌면 미친 전세금을 잡는 데는 과도한 시장 개입보다 사람들이 마음 놓고 집을 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부 = 윤재오 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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